현대카드 레드카펫 Met Opera on Screen, 그 열 번째 앙부르아주 토마의 햄릿의 2막이 내리면 르네 플레밍과 배우들의 인터뷰 이후 15분간의 인터미션이 이어집니다. 2막 끝에 보여준 햄릿의 폭발적인 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관객들은 대체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습니다. 그러나 2막 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했습니다. 3막부터는 햄릿뿐 아니라 다른 배역들의 극한 감정도 표현됐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막이 오르면, 복수를 실현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햄릿이 등장합니다. 스스로의 유약함에 괴로워하고 있는 햄릿 앞에 지금의 왕이자 전 왕의 동생인 클로드가 나타납니다. 햄릿은 숨어서 그를 관찰하다가, 클로드의 후회와 뉘우침을 듣게 됩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햄릿은 ‘복수를 좀 미루겠다’고 결심합니다. 그 와중에 오펠리아의 아버지인 폴로니우스 역시 아버지를 죽인 공범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햄릿과 오펠리아의 사랑이 비극을 맞는 순간이었습니다. 햄릿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는 오펠리아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한편, 아들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하는 거투르드는 결국 햄릿과 말다툼을 하고 맙니다. 햄릿의 어머니 거투르드를 맡은 메조 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어(Jennifer Lamore)는 시종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햄릿과의 이중창, 오펠리아와의 이중창, 그리고 햄릿과 오펠리아와 함께 부르는 삼중창을 표현했습니다. 햄릿이 진실을 알고 있을까봐 불안해하는 그녀의 연기는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사랑이 끝나고..


햄릿은 결국 왕궁을 도망치듯 빠져 나오고, 햄릿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오펠리아는 미쳐버리고 맙니다. 4막은 오로지 오펠리아를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펠리아의 광란의 장면으로 구성되는 이 부분은,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펠리아의 광기는 햄릿의 광기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종일관 지고 지순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오펠리아는 자신의 불행을 비관하며 자살을 기도합니다.

하얀 옷과 하얀 꽃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붉은 선혈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오펠리아를 맡은 소프라노 마를리스 페테르센(Marlis Petersen)은 초연 직전에 캐스팅되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자신만의 음악적 표현에 극한 감정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는 그녀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한 개인을 훌륭히 그려내었습니다. 극한 감정과 선율을 오고 가면서, 마지막 믿음마저 배신당한 여인이 보여주는 비극적인 선택에, 관객들은 막이 내린 후에도 한참이나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비극의 절정

사실 토마의 햄릿의 오리지널 버전에서 햄릿은 왕인 클로드를 죽이고 왕의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원작의 결말을 원하는 관객들에 의해서 토마의 햄릿도 결국에는 비극으로 마무리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도 햄릿은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뒤늦게 오펠리아의 죽음을 알게 된 햄릿은 죄책감을 느끼고, 따라 죽겠다고 결심합니다.

막 죽음을 선택하려는 그 때, 햄릿 앞에 다시 전왕의 망령이 나타납니다. 마지막 순간 까지도 자신의 의무에 시달리던 햄릿은 결국 클로드를 찌르고, 본인도 죽음을 택합니다. 모든 인물들이 등장하여, 2막에서의 혼란을 재현하며 보여주는 피날레의 장면은 비극적인 결말보다도, 비극의 절정을 느끼게 합니다. 이 모든 참극 가운데서 거투르드의 절규가 울려 퍼지면서 햄릿은 비극으로 막을 내립니다. 열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사이먼과, 마를리스는 가장 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사이먼이 르네 플레밍과의 인터뷰를 통해 관객에게 인사하는 순간에는, 시사회 현장에서도 박수가 울려 퍼졌습니다. 특별한 장치 없이,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노래실력만으로 관객들을 울리는 오페라 햄릿은 존재의 본질에 대한 고뇌를 진지하게 다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현대카드 레드카펫 Met Opera on Screen 열 번째 작품 햄릿은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6월 한 달 동안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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