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하 현대카드)의 공식 기업 블로그가 누적 집계 1,00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은 현대카드 블로그에 접속했다는 얘기가 된다. 단순한 분석이지만, 그만큼 한국 땅의 수많은 문화소비자들이 이 블로그에 대한 신뢰를 갖고 방문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라고 여겨진다. 축하인사도 보낼 겸, 이런 의미 있는 결과를 추수하게 된 이유를 나름의 분석틀을 통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대중문화에서 형식은 때로 실질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든, 음악 팬들에게든, 현대카드라는 브랜드(형식)은 어느새 ‘프리미엄’급으로 인식되어 그 자체만으로도 내용(실질)이 보장되는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디 이뿐인가. 음악 쪽에서는 이른바 ‘브랜드스케이핑(brandscaping)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최근의 롤 모델로 현대카드의 기획 시리즈, 그 중에서도 슈퍼콘서트를 꼽는 게 하나의 상식이 되어버렸다. 

 

소비재의 퀄리티는 보통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소비재와 함께 ‘문화’를 팔아야한다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한 브랜드의 명성이 좌지우지된다. 그러니까, 21세기는 단순히 브랜드를 잘 만들고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를 넘어 ‘제품과 함께 기업이 어떤 문화와 스타일을 파는가’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너무 돌려 말한다고 타박할 거라면 다음과 같이 정리하겠다. 기업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선민의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을 줄 알아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 중 프라다가, 구글이, 애플이, ‘혁신’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통해 젊은이들은 매출액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애플이나 구글을 유독 선호하는 경향을 띄게 된다.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지점은 바로 이 다음부터다. 마룬파이브(Maroon 5)를 예로 들어볼까. 사실 마룬파이브는 대한민국의 그 어떤 기획사가 런칭해도 공연장이 만석이 될 게 분명한 히트의 보증수표다. 그러나 문화 전방위에 걸쳐 인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온 현대카드가 마룬파이브의 내한을 주관하면서 표를 구입하는 팬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할 게 분명하다. “현대카드가 하는 공연은 확실히 라인업이 달라. 다음번엔 나도 회원 가입해서 가야지.”

이런 과정을 통해 자동적으로 회원 수는 늘고, 블로그 방문자는 급증하며, 심지어는 다소 마니악한 공연일지라도 그 때까지 쌓아온 브랜드 네임에 힘입어 관객 수가 증가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근자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다. 솔직히 이 콘서트, 망할 줄 알았다. 일렉트로닉 쪽을 섭외하려면 지금 대세인 다프트 펑크(Daft Punk)도 아니고 크라프트베르크라니, 보편적인 설득력이라는 면에서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나 같은 평론가의 예상은 대부분 그래왔듯, 이번에도 빗나갔다. 단언하건대, 이 공연 못 본 사람은 땅을 치고 후회해도 좋다. 음악과 비주얼이 결합된, 기술과 예술이 극상에서 만난, 시각과 청각을 뛰어넘어 완성된 환상적인 공감각적 체험 하나를 놓친 거니까 말이다. 또한 크라프트베르크는 잘 몰랐어도 에미넴(Eminem), 레이디 가가(Lady Gaga), 스팅(Sting),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같은 레전드의 공연을 통해 슈퍼콘서트에 대한 신뢰를 쌓고, 크라프트베르크의 무대를 용감하게 찾아간 케이스도 상당수 있었을 거라고 본다. 이 외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날 지경이었던 ‘팀 버튼전’, 개성 넘치는 인디 뮤지션과 함께 하는 현대카드 MUSIC의 <Go! Liverpool> 프로젝트 등이 말해주듯, 현대카드 블로그는 메인스트림과 컬트를 전방위적으로 아우르면서 지금까지 인상적인 행보를 일궈왔다.

컨텐츠의 차별화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내한 아티스트에 대한 풍성한 아티스트 히스토리, 음악 전문 필진을 섭외해 앨범과 공연 리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온 것은 지금껏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성과라고 평할 수 있다. 이 외에 단순한 기업 홍보가 아닌 공연, 전시, 스포츠 등, 다채로운 분야를 아우르며 문화 포털 블로그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것에도 칭찬을 보내고 싶다. 테니스, 피겨 스케이팅, 댄스 스포츠를 망라한 ‘슈퍼매치’, ‘멘토’의 시대에 걸맞게 기획된 ‘슈퍼토크’ 같은 서브 시리즈들이 이에 대한 증거들이다.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자유롭고 창조적인 이미지의 구축. 현대카드 슈퍼시리즈 블로그 1,000만 돌파를 축하하며 이제부터는 더욱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거듭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글: 배순탁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음악평론가, SBS Power FM 애프터 클럽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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