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를 밴드다. 한음파의 디스코그라피를 뒤적이는 과정은 거듭해서 색다른 음악을 만나는 일이다. 정교한 연주와 기교의 편곡에 초점을 둔 1집 “독감”(2009)과 기존의 노래를 어쿠스틱으로 해석한 EP “잔몽”(2010)은 애초에 편곡의 기반이 다른 만큼 상이한 성격의 작품이다. 최근 발표한 2집 “Kiss From The Mystic”(2012)은 과거와 구분되는 직선적인 록을 추구한다. 매번 다른 테마를 향하지만 다행히 선회의 결과에는 충분한 명분이 따른다. 각각 사이키델릭, 어쿠스틱, 하드 록 같은 키워드가 대번에 떠오를 법한 선명한 메시지가 있고, 언제나 유지되는 준수한 완성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음파는 악기 같은 사운드의 개별적인 요소는 물론이거니와 나아가 폭넓은 사운드 전반에 대한 정확하고도 풍성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과 차별화되는 작업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으로 작품에 임하는 밴드다.

 

1999년 결성된 한음파는 2001년 자가 제작 EP를 발표했다가 오랜 공백에 들어갔다. 2008년 갑자기 활동을 재개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는데, 불씨를 피운 대표곡으로 ‘무중력’을 꼽을 수 있다. 그들 음악의 모든 요소들을 압축한 곡이다. 한음파 음악의 대부분은 화려한 조명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만큼 어둡고 습하다. 거대한 스타디움이나 햇살 강렬한 야외무대가 아닌, 좁고 답답한 지하 클럽의 대기에 최적화된 소리의 나열이다. 그리고 호흡이 길다. 그 긴 호흡으로 예상 밖의 화려한 전개를 뿌린다. 의외로 멜로디는 팝과 거리가 멀지 않아 금세 귀에 밀착한다. 그런데 사용하는 악기가 이색적이다. 바이올린과 해금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속설로는 낙타까지 눈물짓게 만든다는 몽골의 현악기 마두금을 도입부에 배치한다. 덕분에 동양 색을 얻지만, 곧 강렬하고 폭발적인 기타와 유려한 건반이 전면에 등장하고, 그러다 팝 팬을 설득할 수 있는 멜로디와 조화를 이룬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안개 혹은 연기 뒤덮인 길에 직면한 것처럼 도무지 진로를 예상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음악이다.

 

하지만 ‘무중력’을 그들의 상징적인 노래로 규정하는 일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음파는 전환의 음악에 언제나 목마른 밴드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2집은 새로운 프로듀서 윤병주를 맞이하는 것으로, 멤버 교체를 이루는 것으로, 그리고 마두금 효과를 배제하는 것으로, 그리하여 강렬한 록에 집중하는 것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던 앨범이다. 이처럼 변화에 맹목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버리지 못하는 본질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그들은 한결같이 눅눅하고 무거운 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들의 그 불길한 사운드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지배력을 행사한다. 앨범에 매혹됐던 이들과 공연장을 찾은 청중 전체를 마치 거대하고 촘촘한 그물에 묶어 질질 끌고 가는 것만 같다. 피지배에도 쾌감이 있다고 문득 실감할 만큼, 그렇게 우리를 꼼짝 못하는 무기력한 포로로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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