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콘서트 19 CITYBREAK/아티스트 정보' (37건)

 

 

 

 

 

그들은 우리를 작은 차고(garage)로 데려간다. 갖춘 것은 많지 않다. 오래 다뤄왔을 한 대의 전기 기타와 그럭저럭 기능을 하는 드럼 세트뿐이다. 청중을 배려하는 부드러운 가사와 고운 멜로디 또한 없다. 그저 있는 것들, 최소한의 장비와 육체를 활용해 소리를 구축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 얼마 없는 형편에서 나오는 음악이 예사롭지 않다. 기타가 낼 수 있는 가장 시끄러운 선율, 드럼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충격, 그리고 인간이 뿜어낼 수 있는 가장 동물적인 목소리가 섞인다. 재팬드로이즈(Japandroids)의 음악은 결국 최소한의 질료로 이룬 극단적인 소리의 결합이다.

 

브라이언 킹(Brian King)과 데이비드 프로우즈(David Prowse)로 구성된 재팬드로이즈는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밴드다. 둘은 각각 기타와 드럼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그들의 보컬 분담에는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어느 매체에서는 그들의 역할을 ‘보컬’ 혹은 ‘백업 보컬’로 표기하지 않는다. ‘샤우팅’과 ‘백업 샤우팅’으로 적는다. 고작 드럼과 기타만으로 내는 편곡은 베이스는 물론이거니와 키보드와 그밖의 장비까지 다 갖춘 밴드를 능가할 만큼 풍요로운 데다 조화로운데, 그런데 노래가 튀어나오는 순간 작품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게 그들의 음악이다. 즉흥적으로, 때로는 엉망진창으로 울부짖는 것이 그들의 보컬이기 때문이다. 음지에서 기타와 드럼을 연마하고 사운드의 짜임새를 연구하는 기간은 길었지만, 보컬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일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던 게 분명하다. 그리고 여물지 않은 보컬이 오히려 ‘신의 한 수’로 작용하는 게 그들의 음악이다.

 

그 부조화의 요란한 음악이 세상의 마음을 얻기까지는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노이즈 록과 개러지 록으로 분류되는 그들의 음악을 설득하기에, 그들이 나고 자란 후 만난 밴쿠버는 그리 너그럽지 않았다. 과거 공연을 준비하고 EP를 발매한 것도 스스로 해결하거나 친구를 동원해 간신히 거둔 성과였다. 누적된 피로로 팀에 흥미를 잃었을 때쯤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는 소규모 레이블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차차 밴쿠버 바깥의 관심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피치포크’와 ‘스핀’ 등 인디 계열의 신예 뮤지션을 선호하는 미국의 매체가 그들을 반겼고, 유럽 시장이 호의를 베풀었다. 여느 뉴요커나 런더너 출신의 루키에게 따를 법한 세계의 당연한 호기심이 그들을 뒤늦게 찾아온 것이다.

 

발표한 두 장의 정규 앨범 “Post-Nothing”(2009)와 “Celebration Rock”(2012) 안에서, 브라이언의 기타는 언제나 지글지글 끓고 있다. 데이비드의 드럼 또한 매 순간 열과 땀을 감지할 수 있는 뜨거운 두드림에 가깝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그들의 샤우팅이 곧 터져나온다. 시종일관 공격적인 그들 음악의 가치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구역은 한때는 좁고 습한 차고였지만, 이제는 넓게 열린 현장이다. 무대에 선 그들은 후퇴나 항복 같은 비겁한 개념을 모른다. 장비가, 아니 육체가 부서질 듯 맹렬한 소리를 토해내면서,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숨겨져 있던 강박과 울분을 죄다 꺼내놓고 분해한다. 두 남자의 기타와 드럼만으로, 두 남자의 미친 샤우팅만으로 충분히 도달하게 되는 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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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갖춘 팝 밴드들이 상당히 많다. 대중 친화성을 지닌 음악스타일과 탄탄한 연주, 작곡 실력을 갖춘 팝 밴드들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아이돌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는 마룬 파이브(Maroon 5)는 록을 감싼 뿌리로부터 줄기를 뻗어 올리되 흑인음악의 리듬과 대중적인 멜로디 감각을 가지와 잎으로 삼아 팝을 향하여 자신들의 나무를 키운 경우이다. 그런 밴드들의 공연장은 겉으로 들뜬 놀이터처럼 보이지만 속으론 완성도 높은 연주회장이기도 하다.

자보아일랜드(Javoisland) 역시 그러한 팝 밴드를 지향한다. 어쿠스틱을 바탕에 두고 팝의 멜로디를 선사하는 자보아일랜드는 특별한 장르 안으로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음악의 여러 요소들을 팝이라는 넓은 울타리 안에서 보듬고 조합한다. 스스로 본인들의 음악을 “다양한 장르의 장점들이 결합된 모던한 팝 사운드”라 소개하고 있는데, 어쿠스틱 사운드와 경쾌한 분위기 그리고 편안한 보컬을 보면 적절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에 결성하여 라이브 공연 중심으로 활동한 자보 아일랜드는 2006년에 라인업을 정비하고, 이듬해 첫 번째 싱글인 "폴라로이드"(2007)를 발표했다. ‘헬로루키’에 발탁되어 어느덧 전통의 음악프로그램이 된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고, 2008년에는 MBC 드라마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의 OST에도 참여한 바 있다. 2011년에는 캐나다 퀘벡시티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Envol Macadam)에 다녀오기도 했다.

우리는 자보아일랜드의 정규앨범인 "To The Island"(2010)를 통하여 이들이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지 보다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노래들을 통하여 더 많은 대중과 호흡하려 한 것이다. 사실 라이브 현장에 더 적합한 밴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어디에서 어떤 이들과 만나건 상대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자보아일랜드(Javoisland)라는 밴드네임은 아프리카의 인사말과 휴양지의 정취로 이루어진 이름이다. 음악 역시 그에 걸맞다. 이들이 무대 위에 올라섰을 때에 겉으로는 들뜬 놀이터처럼 보이지만 속으론 완성도 높은 연주회장이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물론 두 눈 부릅뜨고 고심하며 지켜볼 필요는 없다. 그처럼 고된 일은 평론가에게 맡기고 당신은 즐기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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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초기 수상자들은 대체로 스튜디오와 라디오로 향했다. 조규찬과 유희열이 그랬고 심현보와 강현민이 그랬다. 그들이 공식 데뷔를 이룬 후 부른 노래들은 대부분 곱고 따뜻한 레코딩의 산물이었고 각종 라디오 채널이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1990년대의 조윤석과 이한철을 계기로,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재원의 대부분은 스튜디오를 경험하는 동시에 현장으로 갔다. 그 현장은 홍대 기반의 레이블이거나 홍대 기반의 공연장이었다. 노 리플라이, 오지은, 옥상달빛이 그랬다. 임헌일도 같은 경우에 속한다.

 

2003년 제15회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너의 기억’으로 동상을 수상한 임헌일은 곧 5인조 밴드 브레멘을 결성해 2006년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그해 11월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 신인음반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크게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하면서 가능성은 현실이 되었다. 정준일, 이현재와 함께 결성한 밴드 메이트의 이야기다. 데뷔 앨범 “Be Mate”를 통해 서정과 격정의 음악을 동시에 터뜨리면서 전에 없던 숱한 지지자들을 만나게 된다. 분야 막론으로 신선한 음악을 소개하는 일에 주력했던 유희열의 라디오 프로그램 ‘라디오 천국’은 2010년 메이트에게 신인상을 수여한 바 있다. 그러다 핵심 멤버 각각의 입대 문제를 맞이한 후, 밴드는 잠정적으로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음악이 찾아왔다. 소집 해제된 임헌일이 최근 발표한 솔로 앨범의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지난 몇 년간 견뎌야 했을 갈증과 열망의 시기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 야심작이자 대작 앨범이다. 일단 크레딧부터 다르다. 레이 찰스부터 넬리 퍼타도까지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바 있는 명 연주자들과 마스터링 전문가들을 불러들였다. 스태프뿐 아니라 사운드도 다채롭고 화려하다. 김덕수 사물놀이와 협연한 수록곡 ‘축제의 날’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로는 ‘다시 시작’같은 강렬한 록이 있고 ‘설명하려 하지 않겠어’처럼 멜로디에 주력하는 노래가 있다. 서로 다른 분위기와 스타일을 지향하는 노래들을 모았지만 일관성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메이트 시절 들려준 노래가 그랬던 것처럼, 느긋하게 시작하다가도 하이라이트에서 폭발하는 뜨거운 진행은 변함없이 유지된다.

 

그의 밴드 메이트는 대체로 발라드에 가까운 완만한 진행의 록을 추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공연장의 청중들로부터 상당한 반응을 얻었다. 힘을 빼야 할 때와 아꼈던 힘을 발산하는 순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었고, 그래서 청중을 이끌 줄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임헌일은 밴드 시절과 차별화된 의욕의 사운드를 다양하게 펼쳐놓지만, 그래도 얻는 효과는 같다. 모험과 실험에 몰두해야 할 때를 알고 그의 음악을 만나는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앨범이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제 막 활동 재개에 돌입했다. 게다가 공백은 짧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음악을 간절히 원했고 절박하게 무대를 그리워했을 청년이 곧 노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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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더 나잇은 2013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한 따끈따끈하고 파릇파릇한 밴드다. 하지만 신인은 아니다. 2005년에 데뷔한 로켓다이어리가 이 밴드의 전신인데, 당시 로켓다이어리는 일본에 진출해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주제곡 '모닝글로리(Morning glory)'를 맡았고, 리처드 기어와 클레어 데인즈가 주연한 영화 <트랩(TRAP)>의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했다. 함병선, 함필립, 황성수, 정원중으로 구성된 위 아 더 나잇은 로켓다이어리의 ‘컨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밴드인 셈이다.

 

이들의 2013년 데뷔 앨범은 상상의 공간을 소리의 공감각을 통해 그려낸다. ‘밤’과 ‘공간’, ‘고독함’에 관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고 하는 앨범의 음악은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듯 시각적 이미지로 충만하다. 듣는 재미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인상을 지우진 못하는데, 이것은 최근 록 음악의 경향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고 밴드의 음악이 점차 다른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무튼 위 아 더 나잇의 음악은 거침없이 질주하는 속도감과 공간감의 접합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너는 내게 말했지'와 'Summer', 그리고 'This is it'을 추천한다. 이 세 곡은 위 아 더 나잇의 공연을 본 관객들이 어째서 이들의 팬이 되는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다. 시티브레이크의 무대는, 이 밴드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좀 더 큰 현장에서 이들의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이들을 모르던 사람들에게는 다른 좋은 밴드들과 함께 위 아 더 나잇을 소개받는 자리가 될 것이다. 아무튼 올해 주목할 만한 밴드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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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섬광 폭동(閃光ライオット)’이라는 라이브 이벤트가 있다. 실력으로 신예 밴드들을 선발하는 국내의 ‘헬로 루키’와 비슷한 라이브 경연인데, 10대와 20대 초반만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이 헬로 루키와 다르다. 일찍 음악에 마음을 빼앗긴 후 밴드의 꿈을 키우는 수많은 새싹들이 여기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1990~1991년 태생의 중학교 동창들로 구성된 오카모토즈의 출발도 여기였다. 시작도 순조로웠다. 그들은 2009년 록과 힙합을 두루 다루는 ‘즛토즈레테루즈(ズットズレテルズ, 늘 실패)’라는 7인조 밴드로 섬광 폭동에 출전해 결승전까지 갔다. 그런데 본상 수상 이후 그들은 엉뚱한 소리를 했다. 돌연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돌한 호언장담과 달리 즛토즈레테루즈는 곧 데뷔 앨범을 발표했고, 이후 핵심 멤버들이 새로운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그게 오카모토즈(OKAMOTO'S)다.

 

오카모토즈라는 이름은 멤버 모두가 좋아한다는 일본 화가 오카모토 다로(1911~1996)에서 왔다. 그리고 미국 펑크 밴드 라몬즈(Ramones)처럼 모든 멤버들이 오카모토라는 이름을 쓴다(오카모토 쇼, 오카모노 코우키, 오마코노 분노, 하마 오카모토). 사소한 말장난만 즐기는 가벼운 녀석들은 아니다. 이들의 성과는 2011년부터 적극적으로 미국 활동을 시작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갤럭시보다 한해 앞서 2010년 미국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출연했고 미국 6개 도시를 순회하는 공연을 마쳤다. 그 밖에도 베트남, 호주, 홍콩 등 세계 전역을 뛰어다니면서 다양한 공연 경험을 쌓았는데, 그 와중에 지난 4년간 네 장의 앨범을 발표했을 만큼 의욕과 기운이 넘치는 정력가들이다. 메이저 레코드사(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산하의 알리 오라 재팬)를 통해 데뷔한 덕분에 <나루토> 같은 애니메이션에도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결국 이들의 활동을 요약하자면, 공연과 번외 싱글 발표 등 자국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해외 시장까지 계속 뚫고 있는 셈이다.

 

오카모토즈의 성실한 에너지가 가장 짜릿하게 발산되는 구역은 당연히 공연장이다. 괴짜 같은 구석이 있어, 고작 이십 대 초반의 사나이들이 1960-70년대 미국 히피처럼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무대에 선다. 음악은 로큰롤과 펑크(funk)를 수준 높게 섞어놓은 형태다. 언제 그렇게 연마했는지 모를 오카모토 코우키의 긴박하고 화려한 기타 연주가 청중의 심장을 파고든다. 대체로 정중하고 수줍다고 믿어왔던, 일본인에 대한 섣부른 편견을 송두리째 털어버리는 오카모토 쇼의 기운 넘치는 보컬과 화끈한 매너 또한 그들 공연의 핵심이다. 사실 오카모토즈는 정식 발매된 앨범 한 장 없을 정도로 아직 국내에 친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하지만 그들의 숨 가쁜 이력과 여러 동영상 사이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의 기록은 갑자기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게다가 젊은 나이는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다. 젊은 피에게 기대되는 모든 미덕을 갖춘 그들은 여전히 거침없이 새로운 무대를 개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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