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콘서트 19 CITYBREAK/아티스트 정보' (37건)

 

 

 

지난 해 후반기 홍대 인디 씬에서 주목 받던 경향 중 하나는 ‘블루스’였다.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에서 2012년 10월에 발매한 컴필레이션 음반 "블루스 더, Blues"에는 홍대 인근의 카페와 클럽에서 각개전투를 벌이던 블루스 뮤지션들이 참여했는데, 거기에는 인디 팬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이름들뿐 아니라 김대중, 김마스타, 하헌진, 김태춘 등 낯선 뮤지션들의 곡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마 귀밝은 이들은 그 음반의 후반부에 실린 김태춘의 “개”에서 귀를 쫑긋 세우며 다음과 같은 거칠고 성긴 가사를 마주했을 것이다. “니 인생을 그렇게 살지마/넌 너 자신을 알아야 해/개 같은 얼굴 개 같은 행동 개같은 몸짓 개 같은 소리/넌 널 잘났다고 생각하겠지/넌 널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니 앞에 있는 거울을 부숴라”

김태춘은 부산 출신의 뮤지션이다. 컨트리/블루스 밴드 일요일의 패배자들에서 활동하던 그는 밴드 해체 후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틈틈이 작업한 곡들을 모아 청소년수련관에 있던 스튜디오에서 데뷔 음반 "가축병원블루스"를 녹음했다. 2012년 말에 제작된 이 음반은 공CD에 녹음되어 발매되었고, 이후 인디 레이블 일렉트릭뮤즈에서 신곡 두 곡을 추가한 뒤 전곡을 새로 마스터링하여 2013년 3월에 다시 한 번 나왔다.

컨트리, 블루스, 가스펠에 기반을 둔 열 곡에서 김태춘은 노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기타와 카주로 이루어진 단출한 편곡과 과격한 언어를 재료로 하여 자신의 음악을 만든다. 그의 음악에서 세상은 불공평하고, 응당 분노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곳이다. 김태춘은 자신의 분노와 좌절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은 ‘펑크 로커’를 연상케 하는 직선적인 방식으로 청자에게 전달된다. 그러면서 블루스가 원래 가장 직접적인 자기 표현의 일종임을, 뮤지션이 발딛고 있는 지금 바로 이 곳에 대해 노래하는 것임을,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라도’ 그 핵심을 얻어내야 하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젊은 블루스맨이 보는 세상의 모습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CITYBREAK 무대에서 만나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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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딘가로 우리를 데려간다. 일단 엄청난 인파가 몰린 과거의 어느 대형 공연장이다. 무대에 선 그는 전주가 흐르자 여자친구가 객석에 있다고 이야기한 뒤 이래저래 말을 돌리고 말을 고른다. 그러다 노래가 시작되기 직전 믿음직하게 선언한다. 그 여자친구는 여러분이라는 것이다. 고래 주파수 같은 청중의 함성이 터져 나온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너에게’의 실황 버전이 생각나는 설정인데, 이윽고 그는 더 먼 과거를 향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경아와 스잔으로 부르던 시절로 간다. 로라장 한복판을 질주하면서 메이커 청바지를 논하기도 한다. “난 너의 특등마, 성은 죠, 이름은 다쉬.” 기린(1985년생, 본명 이대희)의 데뷔 앨범 "그대여 이제"(2011)는 유머와 센스로 도배된 시대물이다.

 

기린은 미술 전공자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인맥을 쌓으며 재기 넘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동안, 성장하면서 들었던 음악과 어깨너머로 접한 음악을 재구성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 분명하다. 결국 시대의 산증인보다 과감하게 과거를 탐사하게 됐는데, 음악만 그런 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전반까지 통째로 1980-90년대에 머물러 있다. 그는 필라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모자를 쓰고, 광장시장을 뒤져 득템했을 어깨 뽕 과한 원색의 점퍼를 입는다. 홍대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수답지 않게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고 댄스팀 ‘요요’를 가동해 함께 춤을 추면서 노래하기도 하는데, 립싱크를 미리 예고하고 들어가는 퍼포먼스다. 앨범에서든 현장에서든 능청스럽고 태연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의 음악은 크게 댄스와 발라드로 나뉜다. 댄스는 1990년대 초 활동하던 듀스와 현진영을 소환한다. 그리고 듀스와 현진영에게 영감을 선사했을 당대의 힙합과 뉴 잭 스윙의 뿌리를 찾는다. 한편 그의 발라드는 과거의 전형적인 라디오 계열의 히트 가요들을 순회한다. 찬 바람이 부는 날 ‘스잔’을 떠올리는 문학적 전개를 복원하고, 슬픔과 외로움 사이에 스며드는 낭만을 나누는 것이다. 결국 기린의 음악은 ‘집행유애’ 시절의 유브이나 댄서 미미와 함께 무대에 서던 장기하처럼, 유머에 능한 다른 복고형 가수들만큼 재미있다. 그렇게 웃긴 기린의 음악은 때때로 서글프고 서정적이다. 김성호의 ‘회상’이 묘사하는 풍경들처럼 우리가 아프고 아련하게 기억하는 과거를 집요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는 물량 이전에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뮤지션이다. 거창하게 밴드를 대동하거나 디제이 박스가 없어도 괜찮다. 그저 깔아둔 MR만으로, 입고 나오는 빈티지한 의상만으로, 동원하는 몇 안 되는 댄서만으로, 립싱크를 염두에 둔 헤드셋 마이크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 청중을 빵 터지게 만들고 추억에 잠기게 만든다. 때때로 그의 음악은 노래방 반주기 같다. 하지만 결코 허술하지 않은 음악이다. 노래방 문화를 떠올릴 만한 음악이 아니라 노래방에 깃든 추억을 이끌어내는 음악이다. 거기서 웃고 취했던 시간, 하지만 간절했고 상처 받았던 과거를 불러오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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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9와 10 사이에 무한하게 많은 숫자가 있다고 믿는다. 그 무한한 숫자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새에 비유한다. 세상에는 엄청난 수의 새가 있다. 그 새들이란 조류가 전부가 아니다. 참새, 벌새, 족새(쇄), 염새(세) 등등 생각하기 나름으로 무엇이든 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발상으로 구텐버즈라는 이름을 붙였다. 엉뚱한 작명이다. 음악 또한 이름만큼이나 흥미롭다. 요 라 텡고(Yo La Tengo)를 듣는 사람들이라면 우리 음악에도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노이즈를 잔뜩 풀어놓는가 하면, 1990년대 시애틀 그런지를 환기하는 강성 사운드로 시공간을 넘나든다. 근본적으로 구텐버즈의 음악은 투박한 데다 곧잘 파괴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멜로디가 시작되면 생기와 센스가 발견된다. 3인조 밴드이지만 쪽수 이상의 풍요로운 사운드를 구사할 수 있다는 여유마저 감지된다.

 

모호(보컬/기타), 말구(보컬/베이스), 무이(드럼)로 구성된 구텐버즈 음악의 또 다른 재미는 ‘블라인드 테스트’에 있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듣기만 했다면 일반적인 남성 밴드라고 단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보컬이 여자이며 드러머도 여자다. 게다가 보컬 모호는 최근 발표한 솔로 데뷔 앨범 "따듯한 눈썹은 되고 싶지 않아요"(2013)을 통해 갑자기 어쿠스틱 조련사로 돌변했다. 구텐버즈 시절과 완전히 구분되는 서정적인 음악으로 방향을 틀었을 만큼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라는 얘기다. 하지만 어쩐지 예정된 수순 같았다. 이미 그녀의 밴드 구텐버즈는 넘치는 아이디어와 의욕의 총체였다. 구텐버즈가 선보인 작품은 EP "팔랑귀"(2012) 단 하나이지만, 그건 단순한 EP가 아니라 유사 앨범으로 간주할 수 있을 만큼 양적으로 질적으로 풍성한 작품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의 기이한 집합이기도 했다. 그들 표현을 빌리자면, "거친 사운드와 잘 들리는 멜로디의 공존에 집착하며, 단순 구성으로 풍부한 협음을 기대한다"던 의도가 제대로 적중한 성공작이다.

 

한편 구텐버즈는 꽤 혈기왕성한 패기의 밴드다. 특히나 지난해에는 헬로 루키, 상상마당 밴드 인큐베이팅, KBS <탑밴드2> 등에 출전하면서 치열한 순위 싸움을 진행해왔다. 저마다 관념이 다르고 표현방식이 다른 뮤지션을 두고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공허하거나 가혹한 일이지만, 그들에게 배틀이란 승리하면 배울 수 있지만 패배하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유명한 격언을 깨닫는 과정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승리와 패배를 두루 경험하면서 보다 다양한 무대를 만났고, 약점은 축소되고 강점은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작업실에 혹은 합주실에만 머물러 있던 그들의 창의적 표현은 보다 매끄러워지고, 볼륨을 터뜨리는 일 앞에서는 보다 과감해졌다. 발전이 빠르고 변화에 능동적인 그들은 더 큰 무대에 선다면 어떤 라이브를 선사할지,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면 어떤 내용일지를 만족스럽게 상상하도록 만든다. 구텐버즈는 미래에 대한 두근대는 확신을 안겨주는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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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이라고 한다. 오랜 친구 사이인 두 남자는 망측하진 않지만 해괴한 음악을 데모에 담아 어느 인디레이블에 보냈다. 그런데 이 인디레이블의 대표는 연락처가 함께 적혀 있었을 데모를 실수로 잃어버렸다. 그래서 직접 그들이 운영한다는 술집을 물어물어 찾아 나섰다. 마침 두 남자는 가게를 정리하고 한국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모두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만난 예비음악인들과 인디레이블의 대표는 앨범을 만들어 발표하기로 뜻을 모았다. 매력적인 남성 듀엣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앨범이 전통의 인디레이블 ‘카바레사운드’를 통하여 세상에 나오게 된 과정이다.

 

조웅이 본명인 조브라웅(기타, 보컬)과 임병학이 본명인 임꼭병학(베이스, 보컬)으로 이루어진 듀엣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우선 당시 인디음악의 가능성과 정수를 모아놓은 “빵 컴필레이션 3”(2007)에 ‘지어낸 얘기’를 실어 보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첫 번째 앨범인 “우리는 깨끗하다”(2007)를 발표한다. 역시나 음악은 해괴했고, 음반 속 슬리브에 인쇄된 사진들은 망측했다. 거기엔 이상한 옷을 입고 늦여름 시골과 축사를 돌아다니며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뽀뽀나 할까 말해 뭐해”라고 어눌하게 노래하는 ‘뽀뽀’를 시작으로 나사가 풀린 것 같은 노래와 괜스레 긴 연주가 72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 앨범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를 인디음악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만들어놓았다. 기본적으로는 2인조의 일렉트로닉 밴드 스타일이지만 비슷한 포맷의 팀들처럼 정교하고 세련된 음악이 아니라 어딘지 촌스럽고 괜히 우습고 그래서 매력적이었다. 이러한 키치와 복고풍이 결과적으로 시대와 세대의 감각에 딱 들어맞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세련되어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대신 몽롱한 빛을 내는 샛별의 맥 풀린 사이키델릭과 패러디가 숨겨진 유머는 독보적이었다.

 

한대수 트리뷰트 앨범 “물 좀 주소”(2008)에 참여하기도 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여러 해 동안 바쁘게 움직이며 실력을 쌓아놓았다. 또한 일본의 서머소닉 페스티벌 참여 등 경력도 잔뜩 쌓아놓은 이들의 공연은 절대 어수룩하지 않았다. 두 번째 앨범인 “우정모텔”(2011)은 이들의 성장을 훌륭히 증명했다. 이번에도 두 남성이 모텔방에 함께 있는 오묘한 사진으로 장식해놓은 음반에 담긴 내용물은 더 오묘했다. 사이키델릭과 뉴웨이브, 로큰롤과 블루스, 댄스와 트로트가 뒤섞여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매력은 유머와 여유, 자유와 춤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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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관과 정욱재의 듀오 노리플라이에는 많은 수사가 따른다. 누군가는 그들에게서 1980년대의 어떤 날을 본다. “2000년대의 전람회” 같은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3500석 규모의 대공연장을 드나들기도 한 까닭에 “홍대 씬의 아이돌”이라 불릴 때도 있다. 비교대상 대부분이 약간 거창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설득력이 없는 얘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들의 노래는 때때로 어떤날처럼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도 전람회처럼 깊이 있는 성향 또한 갖춘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돌처럼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동네 형-동생으로 농구를 즐기면서 성장하던 두 남자는 언제부턴가 진지하게 음악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했다. 기타가 필요했던 권순관을 정욱재가 도왔고, 건반과 스트링 편곡이 필요했던 정욱재를 권순관이 도왔다. 협력은 곧 협연이 됐고, 두 남자는 노리플라이라는 이름으로 2006년 제17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출전해 은상을 수상한 후 음반 이력을 쌓게 됐다. 대회 때문에 노래했을 뿐 거듭 객원보컬을 찾으려 했다는 권순관은 계획과 달리 변함없이 노래를 맡고 있다. 늘 입을 열기를 망설이는 것 같은 조심스러운 그의 보컬은 노리플라이의 음악적 핵심이 됐다. 한효주 같은 초보 보컬을, 타루 같은 상냥한 음성과 대등한 조화를 이룰 만큼 배려에 능한 것도 그의 특징이다.

 

정욱재의 입대 이후 권순관은 현재 홀로 활동 중이다. 노리플라이가 발표한 4장의 음반과 차별화되는 솔로 앨범 "A Door"(2013)도 최근 공개했다. 남겨진 남자의 자유로운 사색이라 정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노리플라이 시절 들려주었던 맑고 싱그러운 편곡 대신 보다 차분한 진행 위주로 사운드를 마감했다. 가사 면에서도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구성이 달라진 만큼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과 같을 수는 없지만, 과거의 미덕을 송두리째 버리지는 않았다. 권순관은 여전히 숨을 고르며 신중하게 노래한다. 지나치게 우울을 탐하지도 않는다. 과거처럼 근본적으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표현을 유지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이승환, 윤하, 김현철, 박지윤, 알렉스, 2AM 등의 음반에서 작곡가로 초빙되었던 경력을 반영하듯 귀에 밀착하는 멜로디 또한 여전하다. 결국 웰메이드 음악이라는 수식어를 동반해온 노리플라이에 대한 신뢰를 배반하지 않으며, 권순관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성장을 반영하는 작품이다.

 

권순관의 음악을 즐기는 이들은 그의 노래에서 1990년대의 풍경을 본다. 굳이 홍대로 가지 않아도 싱어송라이터의 직함을 가진 이들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었던 시절이다. 그 시절의 음악을 듣고 성장했을 권순관은 당시를 환기하면서도 당시와는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1990년대의 라디오 친화적인 발라드처럼 감성적이면서도, 동시에 2000년대 홍대를 무대로 활약했던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역동적인 음악이다. 그의 노래는 아침을 열어주는 것처럼 상쾌하게 들린다. 반대로 밤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처럼 따뜻한 소통에 밀착해 있다. 그의 무대 또한 청중을 활력과 사색의 순간으로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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