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프로젝트 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3건)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로 성장한 역대 우승자의 활약상을 보는 마지막 순서로 건축가 그룹 SHoP architects(이하 SHoP)를 소개한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인 실험 정신을 인정받고 세계를 무대로 작업을 펼치는 많은 건축가가 있는데 이 중에서 2000년 뉴욕에서 진행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자인 SHoP이 단연 눈에 띈다.



독특한 협업구조


SHoP은 1996년 크리스토퍼 샤플즈(Christopher Sharples), 코렌 샤플즈(Coren Sharples), 윌리엄 샤플즈(William Sharples), 킴벌리 홀든(Kimberly Holden), 그렉 파스콰렐리(Gregg Pasquarelli) 다섯 명에 의해 설립된 사무실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 다섯이 각각 건축, 미술, 구조공학, 재정과 경영관리 등 전혀 다른 배경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각 구성원 모두 독특한 전문성을 가졌기 때문에 SHoP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전시와 강연, 미디어 활동을 벌이며 뉴욕시립대학교와 예일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미국 뉴욕의 명문인 컬럼비아 건축대학원 동기나 선후배 사이로, 두 명의 쌍둥이, 두 쌍의 부부, 대학 룸메이트라는 다소 독특한 관계로 맺어진 유대감으로 단순한 파트너십 이상의 강력한 협업을 자랑한다.

 

 

사진제공 SHoP

 

 

SHoP은 현재 미국 뉴욕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an)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지난 17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많은 언론에서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대 건축가’로 꼽았고, 지난 9년간 연평균 20%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 대학교 건물, 시민 공원, 공공미술, 박물관, 사무공간, 리모델링, 집합 주택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는데, 특히 2000년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에서 진행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세상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건축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들은 독창적인 디자인과 그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통해 빠르게 디자인과 모델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디지털 시공’의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SHoP은 2009년 스미소니언 쿠퍼-휴이트 국립디자인박물관(Cooper–Hewitt, National Design Museum) 건축디자인상과 미국건축가협회상(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을 비롯한 수많은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이들의 작업은 국제적으로 출판 및 전시되고 일부는 MoMA에 영구 소장돼 있다. 한국과의 인연은 2004년 건축가 김준성(건축 사무소 hANd 소장)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헤이리 아트밸리 내의 한길 북하우스를 함께 설계했다. 이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성장해 온 배경을 구체적인 각 프로젝트로 살펴보도록 하자.



2000년 MoMA YAP 우승작: ‘도시의 해변’(dunescape)


SHoP의 대표작은 단연 2000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우승작인 ‘도시의 해변(dunescape)’이다. 이 작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SHoP 스스로 “이 작업은 우리만의 독특한 조직력과 전략을 적용한 첫 번째 디자인 사례”라고 밝혔다. MoMA의 별관인 PS1 안마당에 설치된 이 작업은 삼나무 막대기로 구성된 비정형의 독특한 구조물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조가비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일종의 ‘동굴’이면서 ‘의자’가 되고, 또 ‘쉼터’가 되기도 한다. ‘도시의 해변’이라는 제목 그대로 도심 속에 해변을 만들었는데, 이런 비정형의 구조물을 어떻게 설계하고 시공까지 했을까?

 

 

사진제공 SHoP ⓒDavid Joseph

 

 

이 작업은 먼저 내부에 사람들이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그것을 유지하는 구조, 그리고 외피의 복잡한 디자인 요소가 다양한 크기로 반응하는 일종의 ‘유동적 층위’와 그것을 관리하는 작은 부분으로 구성됐다. 2x2m 삼나무로 구성된 이 작은 시스템은 외부의 가변적인 요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결과적으로 완결된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실제로 부분적인 단면을 보면, 다양한 형태가 드러나 재미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이 되기도 하며, 해변의 ‘카바나(kabana)’ 구조물, 혹은 길이가 짧은 서핑용 ‘부기 보드’(boogie board), 또는 ‘해변용 의자’가 되기도 한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미술관 앞마당을 정말 해변의 풍경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자유로운 구조를 만들기 위해 SHoP은 단순히 평면, 입면 및 단면으로 묘사해 설계하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탈피해, 모든 시공 도면을 프레임 제작과 조립을 위해 컬러로 된 전면 크기로 만들었다. 다양하게 모든 데이터를 입체의 X, Y, Z축 선상에서 디지털로 구축해 디자인했기 때문에 정확한 시공까지 가능했다.


컴퓨테이션 디자인의 실험: 포터하우스

SHoP의 기술력이 드러난 대표작은 미국 뉴욕 맨해튼 9번가에 있는 포터하우스(The Porter House)다. 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2003년 11월에 완공됐지만, 최첨단 디지털 건축의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고 사용한 프로젝트다.

 

 

사진제공 SHoP ⓒSeong Kwon

 

 

이 프로젝트는 리모델링으로 6층 규모(면적 2,787㎡)의 기존 창고를 고급 복합주택으로 변경했다. 4개 층(면적 1,393㎡)을 새로 증축해 원래 건물의 남쪽에서 2.5m 정도 벗어나 ‘날개’모양의 캔틸레버가 돌출된 형태로 디자인했다. 이렇게 해서 83~315㎡ 규모의 주거 공간 22개를 새로 만들었다. 외관은 기성품이 아닌 새로 맞춘 금속 패널과 바닥에서 천장까지 뻗어 나가는 수평 창으로 디자인했다. 기존 건물의 르네상스 스타일의 외관과 증축 부분의 경계면이 뚜렷하게 차이 나도록 강조했는데, SHoP은 “증축 부분의 층높이를 기존 층과 다르게 해 두 부분이 확 달라 보이게 만든 이유는 비용이나 생산성의 문제보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외부 마감을 사용해 달라는 요구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각 금속 패널 사이에 삽입한 가늘고 긴 조명 상자로 밤이 되면 격자무늬가 외부가 빛나는데 이는 9번가와 14번가의 열린 광장에서 바라볼 때 시선을 끈다. 이 외부 조명은 두 가지 크기의 아연으로 도금된 강철 상자로 단순한 야간 조명의 역할 뿐 아니라 비가 오면 물이 넘칠 수 있는 설비를 해서 건물 외관의 누수를 막는 역할도 한다.

사실 이런 안 보이는 설비에도 당시엔 첨단 기술을 도입했는데, SHoP은 이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했다. 외관의 아연 시스템은 물이 흘러내리는 ‘레인 스크린(rain-screen)’ 개념으로 개발하기 위해 뉴욕 글렌 코브사와 협업했다. 아연판은 금속 제작업자 말로야 레이저와 협업했다. 

SHoP은 이외에도 컴퓨터 디자인 기술을 실험했는데, 솔리드 웍스(Soild Works)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건물 각각의 부분을 별도로 디자인했다. 각 부분마다 3차원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각종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입력했기 때문에 기존 3차원 모델에서 파생된 다양한 변화도 가능해졌다. 이런 치밀한 계산과 컴퓨터를 활용한 설계로 건축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먼저 자재를 구매할 때보다 정확하게 필요한 양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재비를 절약할 수 있고, 보다 효율적으로 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디자인과 공사 일정을 줄일 수 있다. 


복합적인 입면: 한길 북하우스

SHoP은 2004년 7월 경기도 파주 헤이리 아트밸리의 건축 코디네이터였던 건축가 김준성과 함께 출판사 한길사의 전시장과 북홀을 완공했다. SHoP의 파트너 크리스 샤플즈는 김준성과 컬럼비아대 대학원 동문으로, 이 학교 출신의 한국 건축가로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와 조민석(매스스터디스 대표)이 있다. 그는 국내 인터뷰를 통해서도 김준성과의 특별한 인연을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SHoP ⓒSeong Kwon

 

 

헤이리 아트밸리에 있는 6개의 언덕 중 한 곳에 있는 북하우스는 크게 2동으로 구성됐는데 한 곳은 책으로 된 3층 높이의 벽과 경사 램프로 이어져 책을 읽을 수 있는 옥외 공간, 다른 한 곳은 광장 역할을 하는 커다란 홀로 구성돼 있다. 이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외부의 입체적인 모습이다. 검게 물든 이페나무(ipe tabebuia) 막대기가 건물 전체를 감싸며 마치 파도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외관상으로 앞서 설명한 ‘도시의 해변’과 흡사하게 보이지만, 단순한 장식이나 햇빛을 가리기 위한 루버 역할을 하는 파사드가 아니라, 이 구조가 옥상까지 타고 올라가며 벤치와 데크의 기능을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무라는 재료가 이렇게 역동적으로 밀도가 변하면서 지붕 위 벤치로까지 이어져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디지털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SHoP의 기술력 덕분에 이런 설계가 가능했다.


지역을 살리는 프로젝트: 바클레이츠 센터

SHoP의 일련의 시도와 독보적인 컴퓨터 디자인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거대한 스포츠 센터를 완공했다. 2013년 가을 완공돼 브루클린의 명물이 된 바클레이스 센터는 NBA 브루클린 네츠의 홈구장으로 지역 커뮤니티와 거대한 스포츠 공간을 만들어 기존의 흩어진 도시 활력을 한 군데로 다시 모은 프로젝트다. 특히 SHoP의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이미지 네이티브 디자인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작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사진제공 SHoP ⓒBruce Damonte

 

 

뉴욕의 남부 브루클린 아틀란틱(Atlantic)거리와 플레부시(Flatbush)거리의 교차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센터는 삼각형 형태의 대지에 살짝 한발 물러나 있다. 센터의 디자인은 최첨단을 상징하는 유선형의 형태의 밴드가 전체를 감싸고 있고 내부 기능 간의 균형을 잘 이뤘다고 전문가들로부터 평가받고 있다. 거대한 센터는 교통의 중심지인 아틀란틱 지하철역 주변에 있어 주변 거리와 지역의 활발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높이 10m에 달하는 캐노피 그 아래 있는 넓은 공공 광장은 거대한 도시의 유휴 공간을 만들며 사람들을 경기장 내부로 자연스럽게 발길을 모으도록 유도한다. 

이 센터는 62,709㎡의 면적에 1만 8,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메인 경기장과 다양한 스포츠 관련 공간이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공공 광장의 거대한 캐노피는 도시와 센터를 연결하는 일종의 ‘이격공간’으로 센터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다. 거대한 캐노피 내부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홀을 만들고 ‘캔틸레버 밴드’ 같은 구조물을 만들고 여기에 센터의 외부를 감싸고도는 1,200여 장의 코르텐강 패널로 독특한 입면을 만든 뒤, 이 입면이 외부의 디지털 전광판과 만나게 한다.


진화하는 디지털 건축

이들이 다양한 디지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온 비결은 ‘협업’과 ‘분화’다. 17년간 이들은 크고 작은 40여 개의 프로젝트를 해오면서 발전해 왔는데, 2007년 6번째 파트너인 조나단 말리(Jonathan Mallie)를 영입하고 SC(SHoP Construction)라는 건설 회사를 만들었다. 그들의 독특한 디자인을 실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춘 것이다. 그리고 2012년에 일곱 번째 파트너인 비샨 챠크라바르티(Vishaan Chakrabarti)와 함께 일하게 된다. 이로써 SHoP은 명실상부한 건축, 설계, 인테리어, 시공까지 건축의 전 과정을 하게 됐다. 특히 SC는 최신 컴퓨터 설계기법인 BIM/VDC과 건물 외피 컨설팅(Building Envelope Consulting)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SHoP의 독창적인 프로젝트와 사업 모델은 다른 분야와의 협업과 전문화를 통한 분화라는 운영 시스템에 기인한다. 

이들은 미국 뉴욕뿐 아니라 세계 다양한 곳에서 활동한다. 일본에서 실무를 하기도 했다. 크리스 샤플즈는 “대학원 졸업 직후 일본에서 3년 동안 일할 기회가 있었다”며 “이때 일본의 전통과 건축가와 건설업체들의 작업 방식을 배웠고, 현재 우리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설계 프로세스 관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한 예로 일본에서는 건축가가 건축 업체와 훨씬 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며 “기술발전 덕분에 설계와 건축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동안 건축가는 정보 공유와 관리에 좀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국제적으로 일하는 것은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SHoP은 맨해튼 이스트리버의 워터프론트 종합 계획을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와 협업했다. 크리스 샤플즈는 “서로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사람들과 직접 같이 일하는 수밖에 없고 협업은 아주 좋은 방법”이라며 “리차드 로저스 사무실은 워터프론트 기획에서 엄청난 양의 지식을, 우리는 롱아일랜드, 그린포트의 워터프론트 공원을 설계한 경험과 뉴욕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협업의 장점을 말했다. 현재도 건축을 넘어 순수예술, 구조 기술, 재정과 사업 경영까지 포괄하며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SHoP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Writer. 심영규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온라인 편집국 기자, 디지털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월간 「SPACE(공간)」에서 편집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간(空間)을 공감(共感)하는 ‘공감 여행가’로 현재 건축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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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 프로젝트와 건축 


흔히 우리가 말하는 건축은 영속적인 장치물이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그것의 구축 방식(tectonic)에 많은 노력을 쏟고 다음으로는 창문과 내외부 마감이 중요해진다. 더불어 물과의 전쟁이라 할 만큼 방수 혹은 결로 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목적과 성격이 다르다. 우선 그 목적이 대부분 특정 행사를 위한 것이라 임시로 만드는 설치물이다. 영구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행사를 위해 일회성으로 만드는 것이 그 특징이다.


어릴 때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대전 엑스포와 오사카 꽃박람회, 그리고 얼마 전 끝난 베이징 엑스포 등의 파빌리온들은 일부는 행사 후 철거가 되고 일부는 남아 그 시간을 기념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파리 에펠탑도 사실 박람회를 위한 임시 시설물이었지만 지금은 파리의 아이콘으로 남아있다. 최근 광주 비엔날레와 안양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파빌리온이라는 단어가 많이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것은 대부분의 작업이 건축에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만 관심거리이고 대중들에게는 어렵게 보이거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이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현대카드가 열다섯 번째 컬처프로젝트로 MoMA,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YAP)’을 선택한 것은 젊은 건축가에게 실제 프로젝트를 가지고 세계적인 스타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앞서 말한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대중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간 오랜 역사를 가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세계적 명소인 뉴욕의 MoMA, 산티아고 컨스트럭토, 로마 국립 21세기 미술관(MAXXI), 이스탄불 근대미술관에서 젊은 건축가들의 다양한 파빌리온 작품을 소개하고, 실제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익히 잘 아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완공되어 주목을 받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마당을 최종 설치 장소로 선택했고, 총 26명의 후보 중 2차 후보군 5팀을 선정해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엄격한 심사를 통해 문지방 팀(박천강, 권경민, 최장원)의 ‘신선놀음’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건축가 조민석의 매스스터디스에서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이미 접한 문지방은 마치 오래 전부터 이 장소에 대해 준비한 것처럼 매우 신선하고 유쾌한 안을 선보였다.



열림 그리고 건축적 즐거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나라와 동일하게 ‘쉼터, 그늘, 물’이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문지방 팀은 거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마당이 가지는 ‘열림’이라는 장소적 테마를 최대한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고 원안을 조금 수정해서 실제 설치가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북촌의 복잡한 골목길에서 동서로는 경복궁과 정독도서관으로 남북으로는 인사동과 삼청동으로 연결되는 중심에서 미술관은 모든 길에서 접근이 가능한 열린 미술관이다. 파빌리온을 설치하기엔 최적의 장소이다. 

  

이곳에 설치한 ‘신선놀음’은 주변 컨텍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제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경복궁과 인왕산, 조선 시대 종친부와 기무사 터, 현대적 감각으로 절제된 미술관과 주변의 열린 접근로까지 200%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최종 심사에 오른 다른 안과 달리 형태와 개념만이 아닌 미술관을 이용하는 관람객 혹은 지나치는 사람들까지도 참여하게 하고 이를 작품의 일부로 만듦으로써 신선놀음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다른 참여 안이 파빌리온 그 자체의 완성도와 ‘쉼터’ 등 주어진 주제 그 자체에 충실했다면, 문지방 팀은 건축이 가지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인 공간 속 수직, 수평의 움직임을 제시했고 이것이 지상에 속한 대중들에게 마치 천상의 영역을 경험하는 것처럼 제안하였다.





문지방 팀은 설치 미술가가 아닌 건축가 팀이다. 건축가이기에 건축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힘을 알고 있었다. 아마 공기가 들어있어 하부에 그늘을 제공하는 에어벌룬과 수증기만 있었다면 그저 평범한 설치미술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들은 구름 아래는 물론이고 구름 위쪽을 오르내리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마당 주변의 다양한 광경이 중첩되어 보이도록 하였다. 실제로 현장에서 많은 관람객들은 경복궁 쪽에서 진입하면서 구름모양 에어벌룬 위에 걸친 종친부 지붕선이 겹치면서 그 동안과는 다른 신비한 느낌을 가진다. 거꾸로 종친부 앞 높은 마당 쪽에서는 좌우의 옛 기무사와 미술관이 멀리 경복궁과 인왕산과 함께 구름 위쪽에 펼쳐진다. 더불어 구름아래 공간(이곳은 마치 나무 그늘 같다)과 구름 사이사이는 구름다리를 통해 연결되며 움직이는 시선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며 대비되는 주변을 경험할 수 있고, ‘공중부양’ 점프를 통한 짧고 강한 공간 이동은 신선놀음의 훌륭한 방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신선놀음’이 높은 완성도와 재미를 주는데 위에 언급한 개념적 틀에 실질적 재료 사용이 적절하게 적용된 점이다. 자칫 추상적이고 개념으로만 끝날 수도 있었지만, 문지방 팀은 나일론 천, 나무, 그물, 트램펄린(trampoline), 잔디, 돌 마지막으로 안개 역할을 하는 수증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얼마든지 만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마당을 둘러싼 재료 중 미술관 유리와의 만남은 극적인 장면을 더한다. 내부에서 유리 프레임을 통해서 보거나, 반대로 외부에서 유리에 반사되어 미스트와 함께 보이는 구름과 주변의 모습은 마치 그림의 한 장면 같다.




문지방 팀의 첫 작업은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 프로젝트 팀으로서 그들이 함께 한 첫 작품 ‘신선놀음’을 통해 문지방은 3개월 동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마당을 재치 있으면서도 우아하게 장식하며 많은 관람객들에게 그들의 이름을 알렸다. 무엇보다 건축이 주는 즐거움을 잘 알고 있었던 젊은 건축가들 ‘문지방’의 행보를 기대를 가지고 천천히 기다려 본다.



 

Writer. 김창균

2012 서울특별시 공공건축가, 2013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목조건축대상 수상

현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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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YAP)의 글로벌 파트너로 이탈리아 국립 21세기 미술관(MAXXI, National Museum of XXI Century Arts)이 참여하게 됐다. 지난 칼럼을 통해 17회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의 YAP, 칠레의 젊은 건축을 세계에 소개하는 산티아고의 컨스트럭토(Constructo in Santiago)를 소개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네트워크는 올해 4회를 맞이한 로마 MAXXI YAP로, 이 프로그램을 이해하는데 몇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심사 기준인데, 파빌리온 자체의 디자인과 시공과 관련된 아이디어뿐 아니라 운영 프로그램까지 고려한다. 또한 다른 네트워크마다 작품이 설치되고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이 다른데, 특히 로마 YAP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MAXXI의 앞마당에서 진행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진제공 MAXXI ⓒRaffaele Morsella



MAXXI의 건축과 공간 


젊은 건축가를 선정해 도심에 파빌리온을 설치하는 YAP는 세 가지 중요한 부분을 봐야 한다. 첫 번째는 지역 특정적인 동시에 글로벌한 ‘글로컬’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전시장에서 여름 행사를 어떻게 기획하는가이다. 세 번째로 전시 공간의 건축적 특성에 어떻게 접근하는가이다. 앞서 설명했듯 뉴욕 YAP는 ‘웜업(Warm Up)’이라는 여름 DJ 파티 장소로 활용되는 반면, MAXXI는 파티뿐 아니라 실험적인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그래서 시공뿐 아니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예산도 사전에 고려해 공모한다. 뉴욕 YAP가 열리는 PS1은 보행자 전용 구역에 위치해 있고, 한국의 YAP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은 서울의 유서 깊은 북촌길 한가운데 종친부 한옥과 경복궁 사이에 놓이며 사면으로 개방된 곳이라는 특징이 있다. 반면, 앞으로 살펴볼 MAXXI는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비정형의 복잡한 캔틸레버 공간 아래 파빌리온을 설치한다. 이 장소는 법적으로는 사적인 공간이지만 많은 사람이 찾는 공공공간이라는 이중성을 가진다.



출처: Zaha Hadid official website



즉, MAXXI의 건축과 공간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로마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된다. 과거 화려했던 로마 제국의 유적지와 유물로 가득한 ‘영원의 도시’ 로마에 어떻게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유선형의 첨단 건물이 탄생했을까? 그 배경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잔니 알레만노(Gianni Alemanno) 당시 로마 시장이 2020년 올림픽 유치 신청을 앞두고(올림픽은 일본 도쿄에서 개최하기로 지난해 결정됐다), 로마 현대화 계획의 목적으로 도시계획가와 건축가를 모아 아이디어를 모았다. 그 결과 새로운 첨단의 박물관을 계획했는데, 국립 21세기 미술관이라는 이름 그대로 ‘21세기의 건축과 미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국제 공모를 벌였고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업 237점 중 하디드의 아이디어가 당선됐다. 공모와 당선, 그리고 완공까지 10년이 걸린 초대형 프로젝트로 2009년 11월 12일에야 완공했다. 총면적 29,000㎡의 건물을 짓는데 설계만 4년이 걸리고 공사는 6년이 걸렸고 이 동안 시와 정부 예산 3,000억 원이 투자되었다. 당시 이탈리아에 처음 만들어지는 국립 현대 미술관이라는 점에서 공모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곳은 여타 미술관처럼 단순히 작품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라 현대 미술과 인접한 다양한 분야를 비교 연구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미술, 건축, 패션, 영화, 광고에 대해서 연구하는 ‘창조의 공장’을 자처했고 개관 한 달 만에 7만 4,000여 명의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독특한 장소성과 작품의 만남  


로마 YAP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의 추천을 받은 젊은 건축가 50명을 매년 1월에 선발해 이 중 5명을 최종 진출자로 선발한다. 5개 팀의 5개 프로젝트 중 심사를 거쳐 1개의 우승작을 선발한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6월에 뉴욕 MoMA와 로마에서 동시에 전시를 한다.


2011년 첫 우승자로 이탈리아의 건축가 그룹 스트라트(stARTT)가 선정됐다. 시몬 카프라(Simone Capra), 클라우디오 카스탈도(Claudio Castaldo), 프란체스코 코란겔리(Francesco Colangeli), 다리오 스카라벨리(Dario Scaravelli) 등 4명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작업 ‘와타미(WHATAMI)’는 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인공적인 조경과 거대한 꽃 형태의 조명이다. 미술관 외부 원래 있던 콘크리트 고원에 녹색의 작은 언덕을 만들어 생기 넘치는 자연을 보여준다. 녹색과 회색 그리고 붉은색 꽃의 색상 대비가 갖는 함축적 의미에 대한 고민을 의도했다. 더불어 모든 소재는 재활용 재료만을 사용했는데, 이 인공적인 풍경에 위치한 거대한 붉은 꽃들이 빛과 그림자, 물과 소리가 더해지며, 비현실적인 정원과 휴식 공간이 됐다.



출처: MoMA 공식홈페이지 ⓒSimone Capra



지난 2012년 2월 22일, 로마 YAP 두 번째로 어반 무브먼트 디자인(Urban Movement Design)의 ‘우니레/유나이트(UNIRE/UNITE, 결합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영어)’가 선정됐다. 이들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활동을 담을 수 있는 포괄적인 프로젝트”라며 “이곳에서 건강한 움직임을 일깨우고, 모두에게 열린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라고 소개했다. 심사위원들은 '건축과 광장을 동시에 경험하는 새로운 가능성'에 공감했다. 이 작품은 굽이치는 곡면의 의자와 광장의 여러 부분을 통합하는 파고라(식물이 타고 올라가도록 만든 아치형 구조물)를 디자인했다. 재료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시민 누구나 자연 소재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형태와 표면을 시각•촉각적으로 부드럽게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설치 작품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MAXXI 곳곳에 재배치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YAP MAXXI 2012 ⓒSebastiano Luciano



지난해엔 MAXXI 광장의 노란색의 거대한 구조체가 떠올랐다. 건축가 그룹 Bam(bottega di architettura metropolitana)의 ‘He’란 작업이다. 이 거대한 노란색 구조체는 일종의 커튼 같기도 하고 풍선같이 보이기도 한다. 가장 큰 특징은 구조체 자체가 ‘물’과 ‘그늘’ ‘빛’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부에는 나무 플랫폼을 깔고 쉬거나 뛰어놀 수 있는 그늘이 있고, 물을 흘려주면서 그 자체로 조명이 된다. 낮 동안은 물이 흘러내리며 시원한 공간이 되고 밤이 되면 인공조명으로 대체되며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동안 빛을 비추는 기능을 한다. 설치 후엔 이 소재가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재활용됐다.



사진제공 MAXXI ⓒMusacchio Ianiello



올해 우승작은 로마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건축가 그룹 Orizzontale의 ‘8 1/2’로 맥주 통을 재활용해 만든 반투명의 벽이 인상적이다. 이름 그대로 약 0.85m에 이르는 목재 포디엄과 반투명한 맥주통 벽을 만들어 놓은 일종의 가설 무대다. 낮엔 벽과 캔틸레버가 그늘과 휴식 공간을 만들고 저녁이 되면 투명 벽에서 메시지가 보이는 일종의 미디어 작업을 구상했다.



사진제공 MAXXI ⓒMusacchio Ianiello



역사와 전통의 바탕에 피어나는 꽃


이렇게 매년 로마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에서는 젊은 건축가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세계적으로 디자인과 패션을 선도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은 이탈리아인 만큼 같은 공간에 다양한 기능성을 지닌 건축을 구현하는 쉽지 않은 작업임에도 많은 건축가가 지원하고 있다. 


MAXXI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이외에도 젊은 건축가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매년 특정일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12시간 동안 해변에서 건축과 학생을 위한 공모전을 열어 이들의 작업을 전시한 후 이 중 우수한 작업을 소장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기성 작가로 데뷔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MAXXI의 건축 선임 큐레이터 피포 초라(Pippo Ciorra)는 “전 세계의 젊은 건축가들이 처한 상황은 각각 다르다”라며 “유럽에는 실질적으로 리모델링 프로젝트밖에 없으며, 아시아는 새로운 도시를 설계해야 하고, 미국에서는 젊은 건축가들이 예술가같이 먹고 살기 위한 현실적인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이렇게 다른 상황에서 이들을 돕는 특정적이며 공통적인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글로벌 네트워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건축과 문화 예술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인류의 문명 중에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웠던 고대 로마의 중심지이자,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하고 거대한 성당과 건축을 선보였다. 지오 폰티(Gio Ponti),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 알도 로시(Aldo Rossi), 피에르 루이지 네르비(Pierluigi Nervi) 등 같이 걸출한 건축가를 배출해낸 토양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내년 125주년을 맞이하는 ‘예술계의 올림픽’ 베니스 비엔날레와 건축 비엔날레가 열리는 곳으로 세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넓은 무대도 있다. 이런 오랜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최첨단의 미래 공간인 MAXXI에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앞으로 어떤 작업을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Writer. 심영규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온라인 편집국 기자, 디지털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월간 「SPACE(공간)」에서 편집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간(空間)을 공감(共感)하는 ‘공감 여행가’로 현재 건축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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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MoMA(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의 별관 MoMA PS1의 Warm Up은 빽빽하게 들어선 인파로 출렁거렸다. Warm Up은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뉴욕의 여름을 달구는 뮤직 이벤트다. 이 뜨거운 파티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작이 설치된 PS1의 안뜰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DJ부터 신진 로컬 DJ까지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아티스트들이 라인업 전반에 배치되고 전위적인 디자인, 파격적인 사운드가 한 데 얽혀 PS1을 끈적하고 후끈하게 가열한다. 



출처: MoMA PS1 BLOG



폐교를 개조해 만든 실험적 미술관


먼저 PS1에 대해 알아야 Warm Up이 어떤 분위기 속에서 열리는지 대충 가늠할 수가 있다. PS1의 정식명칭은 PS1 현대미술센터(PS1 Contemporary Art Center). MoMA에 귀속된 것은 2000년이지만 1971년에 개관했다. 뉴욕시 퀸즈의 롱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폐교된 공립 초등학교(Public School No 1)를 개조해 만든 비영리 미술관으로 주로 실험적인 신인 작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창작 공간을 제공해왔다. 전시장은 학교의 건물을 그대로 살려 교실과 복도, 지하, 옥상까지 작품들이 전시된다. 




출처: MoMA PS1 BLOG



PS1에 들어서면 입구의 신축 구조물과 예전의 학교 건물 사이에 마당이 있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 작품이 바로 이 안뜰에 설치되는데 Warm Up 또한 여기에서 열린다. 어떻게 보면 큰 행사를 치르기엔 다소 협소한 장소인데 오히려 그러한 점이 Warm Up의 매력이자 특색으로 자리잡게 됐다. 현대적 건축물이 우뚝 서있는 폐교의 마당에서 끈끈한 살을 부대끼며 전자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는 것이야말로 ‘현대 음률 속에서’ 춤을 추는 장면인 것이다. 게다가 뉴욕 시내에서 좀 꾸민다 하는 애들은 여기에 다 모여있다. 

 


국제적으로 노는 지역 파티


장소적 특성 때문인지 Warm Up은 동네에서 음악을 틀고 노는 블록 파티(Block Party)의 느낌도 난다. 실제로도 Warm Up은 지역의 문화와 주민들을 파티의 중심에 올려 놓는다. PS1이 있는 잭슨 애비뉴 근처에서 스튜디오를 꾸리던 친구 하나는 매년 파티에 공짜로 왔다. “롱아일랜드 시티 주민한테는 선착순으로 무료 티켓을 줘.” 그는 올해 브루클린으로 이사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Warm Up 에 온다. 클럽의 로컬 DJ를 서포트하고 하루 종일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파티에 18달러의 Warm Up 입장 티켓은 조금도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출처: MoMA PS1 BLOG



물론 Warm Up에 ‘동네 사람들’만 놀러 오는 건 아니다. 때마침 뉴욕을 찾은 전세계 관광객들도 몰려 들고 Warm Up 자체를 즐기기 위해 찾아 오는 사람들 또한 많다. 파티 스케줄을 보면 파리, 런던, 베를린 등 타 도시의 유명 아티스트들도 빠지지 않고 포진해있다. 첫 주의 테이프를 끊었던 디미트리(Dimitri From Paris)는 ‘디스코 하우스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일렉트로닉 씬에서는 인지도 높은 스타다. 국내에 내한했을 때도 늘 헤드라이너나 메인급으로 무대에 올랐었다. 마지막 주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에비앙 크리스트(Evian Christ)는 칸예 웨스트와 계약을 맺은 떠오르는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 잉글랜드 출신으로 얼마 전 캘빈클라인 ck one의 광고 캠페인을 맡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시각적인 영감을 자극하는 놀이터


Warm Up은 6월 28일부터 9월 6일까지 무려 11주간 이어진다. 그냥 여름 내내 토요일마다 파티가 열리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 신기한 건 매주마다 미술관이 터져 나가도록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 찬다는 거다. Warm Up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음악뿐 아니라 무용, 설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퍼포먼스를 실행한다는 점이다. 특히 무대 미술에 공을 들이는데 올해도 역시 신예 아티스트나 디자인 스튜디오들을 초대해서 재미있는 작업들을 보여줬다. 이들은 커다란 베개들을 걸어 놓고 관중을 향해 비치볼을 날리고 종이 가루를 흩날리는 등 때로는 파격적이고 때로는 장난스러운 기법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만든다. 공간, 사람들, 아티스트, 오브제, 물리적인 설계가 어우러져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출처: MoMA PS1 BLOG



Warm Up의 배경과 분위기는 매년 선정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작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올해 우승작인 Hy-Fi의 ‘The Living’은 흰 벽돌을 쌓아 만든 구조물이다. 큰 구조물 앞에는 같은 소재의 벽돌로 만든 미니풀이 있는데 사람들은 여기에 걸터앉아 첨벙첨벙 발을 담그고 쉬었다. 무대 정반대 편, 운집한 관객 뒤로 우뚝 솟아 있는 ‘The Living’은 마치 고대의 성 혹은 신기루처럼 보였다.    

  



출처: MoMA PS1 BLOG


  

Warm Up은 뉴욕에 거주하는 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행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단순한 건축 전시의 단계를 넘어 새로운 ‘놀이’를 제시하는 다각적인 문화 행사로 발전한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다. 해를 거듭하며 뉴욕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그리고 서울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전에 없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지 궁금해 지는 부분이다.





Writer. 이은정

현대카드 사내매거진 <A>의 책임 에디터로 현대카드의 모든 이슈들을 관찰하며 글을 쓴다.
프리랜스 에디터, 콘텐츠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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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컨스트럭토(Constructo in Santiago)는 1998년 시작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의 첫 번째 ‘국제 확장판’이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젊은 건축가의 등용문으로 2010년부터 시작으로 글로벌 프로젝트(YAP International)로 확장되면서 명실공히 세계적인 젊은 건축가의 등용문이 됐고, 지역의 축제가 아닌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성장하는 첫 발걸음을 떼게 됐다. 




Constructo를 설립한 자넷 프라(Jeannette Plaut)와 마르셀로 사로빅(Marcelo Sarovic)



세계 건축계에서 칠레의 건축


칠레의 건축은 사실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다. 올해 열린 ‘건축계의 올림픽’격인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은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이어 칠레가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세계 견축계의 변방 한국관이 20년 만에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사실이 올해 가장 큰 이변이었지만 사실 칠레의 수상도 세계 건축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칠레 역시 세계 건축계의 중심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칠레관은 <Monolith Controversies>이라는 제목으로 공산주의 시절 가장 먼저 제작된 낡은 시멘트벽을 유물처럼 가져와 전시했다. 겹겹이 낙서와 페인트가 칠해지고 벗겨진 낡은 벽은 사실 러시아에서 시작된 모더니즘이 프랑스를 거쳐 칠레로 들어온 것을 상징하는 그야말로 칠레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압축된 근대성의 유물이었다.




Monolith Controversies. Venice Biennale 2014. Image © Nico Saieh



원래 라틴 아메리카 건축에서 형님 격인 멕시코나 브라질에 밀려 칠레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었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국가관이 없어 아르세날레 주제관 끄트머리에 작은 공간에 전시해야 했다. 단, 칠레의 현대 건축은 1970년대가 전성기였다. 현대 건축의 대부인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영향을 받아 현대적이고 단순한 구조의 건물을 많이 지었었다. 지진이 많은 지역의 특성에 맞게 단순하고 튼튼한 구조의 건물이 발달한 것은 당연했다. 1977년 세계에서 최초로 국제 건축 비엔날레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적인 건축가나 건축 작업에서 눈에 띄지 않았는데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를 통해 다시 세계 건축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2010년, Constructo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함으로써 칠레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국제 네트워크에 합류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었다. Constructo는 칠레의 건축가 자넷 프라(Jeannette Plaut)와 마르셀로 사로빅(Marcelo Sarovic)이 라틴 아메리카의 건축·디자인·예술을 연구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취지로, 어떤 기관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기구로 설립되었다. 실체를 가진 미술관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 플랫폼의 성격을 지닌 기관이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작 또한 정해진 장소에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장소성을 지닌 작품으로 탄생된다는 점이 Constructo에서 진행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2010년 초대 우승작 Color Shadows가 선정된 이래로 산티아고에서는 2011년 Water Cathedral, 2012년 The Garden of Forking Paths, 2013년 Ambient 35 60, 그리고 올해의 우승작인 Wicker Forest에 이르기 까지 총 5번의 우승작이 탄생하였다. 특히 2회인 2011년부터는 공모 대상을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젊은 건축가로 확장해 남미의 젊은 건축을 세계에 소개하는 창구의 기능을 하고 있다. 남미에는 어떤 젊은 건축가들이 어떤 아이디어로 독특한 건축과 문화 환경을 소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물의 성당


2011년 우승작은 ‘Water Cathedral Project’였다. 즉 ‘물의 성당’이라는 뜻으로 칠레의 기후와 자연을 잘 활용한 혁신적인 파빌리온으로 주목을 받았다. 건축가는 GUN Architects로 칠레인인 레네 네텔벡(Lene Nettelbeck)과 조지 고도이(Jorge Godoy)가 2010년 설립한 젊은 그룹이다. 이들은 2011년 우승작 ‘물의 성당’ 이후 이것을 프로토 타입으로 다양한 공간에 비슷한 작업을 이어왔고, 최근 칠레 코킴보주의 통고이 반도(Tongoy Peninsula)에 자급 자족형 커뮤니티(self-sufficient community)를 설계했다. 

  


Guy Wenborne; YAP CONSTRUCTO 2011, Courtesy Constructo



2012년 지어진 ‘물의 성당’은 칠레 중앙의 칠레도서관 산티아고 대학교 등이 몰려있는 마투카나(Matucana100)광장에 설치됐다. 가까이서 보면 일견 마치 석회암 동굴의 종유석을 보는듯한데 사람 키보다 높은 구조체엔 종유석 같은 삼각뿔 형태의 구조물들이 고드름 같이 매달려 있고 지상에는 삼각형의 콘크리트 석순이 군데군데 튀어나와 있다.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에선 모인 물이 빗방울처럼 한 방울씩 떨어진다. 바닥의 콘크리트 구조물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있고 식물이 자라고 있어 정말 석회암 동굴이 연상된다. 


‘물의 성당’은 멀리서 보면 여러 단위의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룬 것으로 보이기도 가까이서 보면 정말 성당의 내부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인공적인 작업이지만 동굴같이 자연적인 구조로 구축적인 작업이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시원한 동굴에 들어오듯 관람객들은 가족단위로 물웅덩이를 건너뛰며 태양을 피하고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쉼터를 제공했다. 


 

새로운 공공 공간의 가능성


2012년 우승작인 ‘갈림길의 정원(The Garden of Forking Path)’은 알레한드로 빌스(Alejandro Beals)와 로레토 리옹(Loreto Lyon)으로 구성된 빌스 앤드 리옹 아키텍츠(Beals & Lyon Architects)의 작업이다. 2013년 지어진 이 작업은 이름 그대로 멀리서 보면 마치 정글집이 군데군데 있는 작은 미로가 떠오른다. 산타이고 외각에 있는 한적한 아라우코(Arauco) 공원 한 가운데 지어진 노란색 구조물이다. 정원 가운데 나무와 철골 프레임으로 짜인 4개의 공간은 각각 부드러운 천 소재의 얇은 메시와 천막 구조물, 얕은 물이 있는 작은 연못이 있다. 각각의 공간을 폭 50㎝의 목재 데크로 연결해 한쪽 끝에서 진입해 다른 반대편으로 나오도록 설계했다.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천천히 데크를 따라 산책하며 걷는 이 프로젝트는 중간중간 다양한 공간이 나오고 한쪽 끝에서는 영상 상영을 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새로운 장소와 분위기를 통해 공공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기회가 됐다.


 


The Garden of the Forking Paths



2013년 우승작은 UMWELT<이그나치오 가르시아 파르타리우(Ignacio Garcia Partarrieu), 아르투로 샤이데거(Arturo Scheidegger)>이라는 건축가그룹의 ‘주변의 35ㅣ60(Ambient 35 | 60)’이다. ‘갈림길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2014년 아라우코 공원에 설치됐던 이 작업은 흰색 작은 방들이 간결하게 정리된 구조로, 그 빈 공간 자체로 가지고 있는 ‘이벤트성’과 ‘일회성’이 특징이다. 이런 공간에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설치 기간 각 프레임이 만드는 공간은 최종 건축가를 비롯해 다른 여러 예술가의 활동과 작품으로 채워지고 이들 작품이 모이면 다양한 관계와 모습이 연출되도록 디자인했다.




Ambient 35 | 60

  


끝으로 올해 우승작은 ‘버들 숲(Wicker Forest)’이다. 우승의 영예는 칠레 남부 마울레주에 있는 탈카(Talca)출신의 그루포 탈카{Grupo Talca, 마틴 델 솔라(Martin Del Solar), 로드리고 셰워드(Rodrigo Sheward)}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4m 높이의 버들 다발로 돼 있다. 바람에 의해 날아드는 각종 씨앗 등의 입자들을 잡아내고 내부에선 그늘을 형성하고 살랑살랑 움직이도록 디자인됐다. 그리고 각 버들다발은 철거 후에 의자 같은 가구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실험적이고 다양한 공공공간에서 시민이 공간을 어떻게 점유하고 활용하는 관찰을 통해 도심 속의 파빌리온의 역할과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기능까지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Wicker Forest



Constructo는 아직까지 세계 건축계에 널리 소개되지 않은 칠레의 젊은 건축가들과 그들이 만든 새로운 아이디어를 소개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이들은 독특한 칠레의 자연을 바탕으로 인공적이지만 자연적인, 구축적이지만 친환경적인 작업들을 보여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향후 칠레뿐 아니라 다양한 라틴 아메리카의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을 보여주는 통로로써의 역할을 할 Constructo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Writer. 심영규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온라인 편집국 기자, 디지털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월간 「SPACE(공간)」에서 편집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간(空間)을 공감(共感)하는 ‘공감 여행가’로 현재 건축,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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