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프로젝트 17 5 Nights/현장스케치' (7건)


‘First Nighter’는 첫 공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단골 손님을 의미한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7 <5 Nights>는 현대카드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무대. 이 첫 번째 콘서트를 빛내주었던 손님 모두가 꾸준한 단골로 남아주길 바라며 Night 별 관객 타입을 공개한다. 매일 밤 다른 아티스트, 매일 밤 다른 팬들. 팬을 보면 그 밴드를 안다고 이렇게나 캐릭터가 다르다.



Night 1 피 끓는 메탈 키드

 



어벤지드 세븐폴드(A7X)의 Night 1은 한눈에 봐도 남성 관객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전광판에 A7X의 영상만 비쳐도 터져 나오던 흡사 군부대와 같은 열화와 함성. A7X의 내한에 한껏 목이 말랐던 팬들은 첫 곡부터 거침 없이 내달리기 시작, 초반부터 클라이막스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 냈다. 오직 메탈 밴드의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다는 묵직하고 둔탁한 중저음의 떼창이 스테이지 안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들은 곡 사이사이 막간에도 “세븐폴드”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구호를 합창하고 태극기를 던지고 기타 연주까지 따라 부르며 밴드를 한시도 내버려 두지 않았던 혈기 왕성한 메탈 키드들. 



Night 2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런더너

 



샛별처럼 등장해 UK 차트를 점령해버린 영국의 떠오르는 신예 바스틸. 이 재기발랄하고 스타일리시한 라이징 밴드를 예의 주시했던 한국 팬들은 Night 2의 티켓을 일찍이 예약해둔 터였다. 탄산수같이 상큼한 팝 사운드, 굳어 있던 몸도 들썩이게 만드는 일렉트로닉 리듬, 관객석을 휘저으며 팬심마저 흔들어 놓은 무대 매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네 명의 남자들처럼 관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통 튀는 에너지를 발산했다. 음악 트렌드에 민감한 얼리어답터답게 몇몇 관객들은 런더너 뺨칠만한 개성 있는 패션을 보여주기도.      



Night 3 언제 봐도 기분 좋은 친구




Night 3의 주인공인 스타세일러는 이미 굵직한 페스티벌을 거치며 한국팬들에게 안면을 튼 베테랑 밴드다. 감수성 넘치는 보컬, 안정된 연주로 여유로운 무대를 보여준 그들은 한층 더 푸근해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팬들 또한 반가운 친구를 조우하듯 친밀하고 따뜻한 호응으로 화답했는데, 익숙한 히트곡쯤은 줄줄 꿰며 따라 불렀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앙코르를 뜨겁게 요청하기도 했다. 이 광경을 바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던 제임스 월시는 “한국에 다시 오겠다”는 굳은 약속을 전하기도.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 아마 팬들은 기꺼이 그들을 다시 만나러 와주지 않을까. 



Night 5 섬세하고 진지한 몽상가




광활한 대자연을 연상시키는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멜로디. <5 Nights>의 마침표를 찍은 아티스트는 아이슬란드에서 온 과묵한 싱어송라이터 아우스게일이다. 마치 영롱한 오로라처럼 형형색색으로 일렁이는 조명 아래 선 그는 빙하를 가르는 실바람 같은 목소리로 시리도록 청명한 노래들을 들려 줬다. 그가 이끄는 섬세한 안내를 따라 관객들은 완전히 집중했다. 때로는 음감회에 임하듯 진지한 태도로 음악을 감상했고 때로는 탄성에 가까운 비명을 내뱉으며 환호했다. 유난히도 짧게 느껴졌던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꿈에서 막 깨어난 듯한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Writer. 이은정
현대카드 사내매거진 <A>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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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ights>를 마감하며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풀어내본다. 오직 <5 Nights>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재미난 순간들.



도플갱어의 출현




Night 1의 공연을 30분 정도 앞둔 시각, 어벤지드 세븐폴드의 보컬 엠 섀도우스가 객석에 출몰했다. 팬들로 둘러싸인 채 포즈를 취하며 화끈한 팬 서비스를 했던 그의 정체는 엠 섀도우스의 코스프레를 한 외국팬. 공연 도중, 엠 섀도우스는 목마를 타고 올라 소리 지르는 자신의 도플갱어를 발견하곤 호탕하게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번쩍 치켜 들었다고.    

 


Happy birthday to you!

 



보통 내한 공연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5 Nights>에서 연출되었다. Night 2 바스틸의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댄 스미스가 무대 위로 한 남자를 불러 들였다. 바스틸의 사운드 엔지니어인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것. 바스틸의 멤버들은 “Happy birthday to you”를 관객들은 “생일 축하합니다”를 동시에 부르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엔지니어는 감사의 인사로 손에 든 드링크를 한번에 원샷 했다. 



거부할 수 없는 앙코르 콜

 



Night 3의 마지막 곡 ‘Four To The Floor’가 끝나고 스타세일러가 퇴장한 순간,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Four To The Floor’의 연주 부분을 합창하며 끈질긴 앙코르 콜을 외치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거부할 수 없는 부름에 결국 무대 위로 다시 소환된 스타세일러.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면서 나타난 제임스 월시는 휴대폰으로 관중석을 촬영하며 즐거워했다.     



여러분 “재미있어요?”


어벤지드 세븐폴드의 엠 섀도우스, 바스틸의 댄 스미스, 스타세일러의 제임스 월시. 이들은 저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짤막한 한국어를 선보였는데 세 명의 보컬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뱉은 말은 의외로 “재미있어요?”였다. 아우스게일은 점잖게 “안녕하세요”로 입을 뗀 이후 “Thank You”로 모든 인사를 대신했다고. 



혼자라도 좋아




“함께 갈 사람이 없어서 못 갔다”는 건 이제 옛말. <5 Nights>에선 유독 혼자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홀로 멀찍이 서서 관망하거나, 주변 신경 안 쓰고 몸을 흔들어 대거나. 그 어느 쪽이든 자기 방식대로 마음껏 공연을 즐겼음은 분명해 보인다.   



세모 세모해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했던 Night 2의 바스틸. 관객들은 두 손으로 밴드의 로고(BΔSTILLE)를 상징하는 세모를 만들어 보였는데, 그 와중에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민트색 세모가 선명하게 찍힌 야광봉들이었다. 이것은 <5 Nights>를 위해 바스틸의 한국팬들이 사전 제작한 것으로 본래 디자인에는 2015가 씌어 있었으나 또 한번의 내한을 바란다는 의미로 숫자를 빼고 만들었다고. 

  


최연소 VS 최연장자 




재미로 보는 <5 Nights> 출연진의 나이 통계. 최연장은 스타세일러의 베이시스트인 제임스 스텔폭스로 1976년생(만 38세). 그와 더불어 스타세일러는 라인업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높았던 밴드다. 최연소는 Night 5의 아우스게일. 덥수룩한 수염과 덩치를 보고 많은 여성팬들이 “오빠”를 외쳤을 테지만 알고 보면 그는 1992년생 만 22세라고. 물론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Writer. 이은정
현대카드 사내매거진 <A>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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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티스토리 운영자 2015.01.25 11:29 신고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이 게시글의 이미지가 1월 24일, 25일 이틀간 티스토리 앱 카테고리 배경이미지로 소개될 예정입니다. 항상 좋은 글과 사진으로 활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 밤의 릴레이 콘서트를. 그것도 실내가 아닌 야외 특설무대에서. 하지만 잠실종합운동장의 컬처 돔 스테이지는 1월 한파도 침범치 못할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는 후끈하고 튼튼한 방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7 <5 Nights>가 열렸던 현장은 영하의 날씨를 녹이고도 남을 만큼 뜨거웠다.  



일분일초도 지루하지 않도록

 



 컬처 돔 스테이지 안에 입장하면 왼편에는 F&B 존, 오른편에는 이벤트 존이 자리하고 있다. 이벤트 존은 공연이 시작하기까지 마냥 선채로 기다려야 했던 대기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줬다. 먼저 타투 코너에 가면 당일 출연하는 아티스트의 로고를 원하는 부위에 프린팅 해준다. 팔이나 손등, 심지어 얼굴까지 어디든 가능하다. 타투를 끝낸 관객들은 어김없이 기념샷을 찍고 SNS에 흔적을 남겼다. 사랑하는 밴드의 이름을 새겨 넣는 것만으론 부족했던 팬들은 옆에 있는 머천다이즈 숍에서 기념 티셔츠를 구매했다. 이건 해외 사이트에서나 구할 수 있었던 티셔츠를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5 Nights> 내내 가장 붐볐던 곳은 셔플보드와 비어퐁 게임 존! 정해진 시간, 게임에 참여해 승리한 플레이어에게는 선착순으로 스페셜 기프트가 주어진다. 2명의 플레이어가 상대의 컵에 탁구공을 넣어야 하는 경기 비어퐁. “퐁”하고 컵 안에 탁구공을 명중시키지 못한 플레이어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 나왔다. “한번만 더 하면 안 돼요? 친구랑 내기 하려고요.” 이렇게 기프트 획득에 상관없이 승부욕을 불태우는 이들도 있다. 원반 디스크를 번갈아 가며 점수선 안에 밀어 넣는 셔플보드는 보기엔 쉬워 보여도 은근한 기술을 요하는 게임. 1점부터 3점까지 구역별로 점수가 다르니 무조건 밀어 넣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 밖에도 이벤트 존에서는 다트와 테이블 사커를 즐기며 공연 전의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       



관람 전 필요한 에너지 충전




제 아무리 좋은 구경도 일단 배가 불러야 볼 맛이 난다. 80분에 가까운 공연을 내리 서서 즐기려면 아무래도 충전이 필요한 법. F&B 존에 마련된 버거 부스에서는 치즈버거와 카라아게 치킨, 포테이토 등의 메뉴로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월, 화, 수요일 <5 Nights> 공연이 시작되는 시간은 때마침 저녁 8시. 퇴근 후 틀림없이 출출할 수밖에 없는 끼니때다. 여유 있게 조금 일찍 컬처 돔 스테이지에 도착한 관객들은 기다란 테이블에 서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물론 여기에 맥주도 빠질 수 없다. 밖이 아무리 얼음장같이 춥다고 해도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의 흥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흥의 지수를 좀 더 재빠르게 올리고 싶다면 에너지 드링크를 섞은 강력한 칵테일 한방이 최고다. 뜨겁게 몸을 달구는 테킬라 샷 또한 즉각적으로 업 될 수 있는 효력을 발휘한다. 가볍게 한 잔 하고 싶은 관객들을 위해 현대카드 it wine도 플라스틱 컵에 따라 판매했다. 와인 스크류 없이 손으로 돌려 딸 수 있는 팝 컬러의 감각적 패키지, 남기지 않고 한 번에 다 마실 수 있는 콤팩트한 용량의 it wine은 오늘 같은 날 캐주얼하게 즐기기 좋은 최선의 선택이다. 



겨울밤을 밝힌 컬처 돔 스테이지




잠실종합운동장 마당에 세워진 컬처 돔 스테이지는 흡사 이글루를 연상시키는 반구형으로 설치됐다. 특히 <5 Nights> 아티스트들의 포스터를 내건 게이트 월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 불빛으로 오고 가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컬처 돔 스테이지는 시리도록 추운 겨울밤을 환하게 밝히며 따뜻하고 아늑한 스테이지 안으로 관객들을 품어 안았다. 

스테이지는 <5 Nights>에 최적화된 무대였다. 슈퍼콘서트나 시티브레이크 등 기존 스케일과 비교하자면 규모는 작았지만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웠다. 앞뒤 좌우 어디에서나 아티스트의 손짓 하나까지 생생하게 잘 보였다. 둥근 지붕 아래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도 구석구석 선명하게 전달됐다.

약 일주일 동안 전 세계에서 모여든 네 팀의 밴드를 맞이했던 컬처 돔 스테이지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5 Nights>을 함께 했던 이들이라면 어두운 밤 눈앞에서 반짝였던 그 불빛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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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음악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해낸 뜨거운 신예 아우스게일(Asgeir)의 데뷔작이 국내에 라이센스될 무렵 음반 해설지를 썼기 때문에 비교적 발 빠르게 그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었다. 해설지를 작성하면서 찾아봤던 몇몇 스튜디오 라이브 혹은 레코딩 당시의 현장을 보는 내내 아우스게일의 노래들을 직접 들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거진 1년 만에 불현듯 그의 내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 노래들이 펼쳐지는 광경을 드디어 눈앞에서 볼 수 있겠구나 하면서 하루하루 공연일자를 기다렸다.



서울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아이슬란드의 서늘한 공기


아이슬란드의 혹한을 떠올릴법한 날씨를 뚫고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공연 시작을 알리듯 장내는 암흑이 됐다. 아우스게일 자신이 멤버로 있는 밴드 유니모그(Uniimog)의 장중하면서도 민속적인 노래 <Vetrarhrið (Winter Storm)>가 흐르면서 멤버들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실제로 얼굴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에브리씽 벗 더 걸(Everything But The Girl)의 벤 와트(Ben Watt)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와 애니 레녹스(Annie Lennox)의 분위기를 섞어 놓은 듯한 성스러움을 지닌 <Head in the Snow>로 공연이 시작된다. 아이슬란드 어로 구성된 두 곡 또한 이어졌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가적인 건반이 일품인 그의 데뷔작 타이틀 곡 <Dýrð Í Dauðaþögn (In The Silence)>, 그리고 심플한 <Hærra (Higher)>를 비롯한 거의 매 곡마다 랍비같은 풍성한 수염과 중절모를 눌러쓴 드러머의 두껍고 무거운 스네어 터치가 공간을 채워냈다. 이후 그가 역동적인 드러밍을 펼쳐낼 때 중절모는 벗겨져버린다. 아우스게일의 앨범을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 구오문드 크리스틴 욘슨(Guðmundur Kristinn Jónsson) 또한 이번 투어의 건반주자로 활약했고 그 역시 수염에 랍비같은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무대 위에 오른 투어 멤버들 중 오직 왼편에 위치한 기타연주자 만이 유일하게 면도를 마친 상태였다.


메트로놈 클릭음 같은 리듬에 서정적인 피아노 울림이 두드러지는 <Lupin Intrigue>에서는 스네어를 덥믹싱해내면서 묘한 현기증을 제공해내기도 했다. 아우스게일의 프로필 사진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작은 바디의 깁슨(Gibson) L-00 어쿠스틱 기타로 교체한 이후 뒤에서 건반을 치던 두 멤버 또한 베이스와 기타를 연주한 <Summer Guest>가 이어졌다. 아우스게일의 부드러운 음성이 두드러지는 한편 기타 연주자가 볼륨주법을 통해 페달 스틸 기타 같은 소리를 만들어냈던 것 또한 기억에 남는다. 피아노로 시작한 너바나(Nirvana)의 커버곡 <Heart-Shaped Box>의 첫 가사가 나오자 몇몇 팬들은 너바나의 노래임을 알아차리고 반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우스게일의 버전은 너바나의 뜨거운 열기 보다는 오히려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류의 차가운 소리에 더 닿아있었다.



침착함을 유지하되, 조용한 열기를 더해가는 후반부 무대


조명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Going Home>의 경우 인터뷰에서 아우스게일이 라이브 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언급하기도 했던 레퍼토리였다. 미니멀한 드럼의 림샷과 함께 아우스게일은 자신 앞에 놓여진 3대의 건반을 오가면서 전자적인 효과에 집중한다. 풍부한 보컬화음으로 시작하는 <Dreaming>은 맑은 텔레캐스터 아르페지오로 전개되는데 건반 두 대를 한 명이 연주하고 나머지 건반 멤버가 기타를 백킹해내면서 곡 막바지에는 비교적 높은 열량의 사운드를 들려줬다. 


또 다시 아이슬란드 어로 구성된 두 곡을 이어냈다. 느리고 감성적인 아이슬란드 산 R&B 트랙 <Nú Hann Blæs (Here It Comes)>는 전자 비트와 실제 드럼을 동시에 활용해냈는데 라디오헤드(Radiohead) 풍의 멜로디 또한 은연중에 감지되곤 했다. 관객들이 리듬에 맞춰 박수를 쳤던 <Samhljómur (In Harmony)>의 경우 아우스게일이 직접 막판의 기타 솔로 또한 완수해내기도 한다. 마지막 곡임을 공지하면서 히트곡 <King And Cross>가 이어진다. 리듬을 타기 애매한 박자일 수도 있었지만 하이햇을 셔플로 연주하는 드럼을 바탕으로 원곡보다 더욱 리듬을 강조해내며 분위기를 고조시켜나갔다. 




앵콜이 이어졌다. 아우스게일 혼자 낡은 스트라토캐스터를 매고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는 낡은 스트랫으로 포크 풍의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며 깨질 것 같은 청명하고 고요한 목소리로 <On That Day>를 홀로 불러냈다. 다른 악기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는데 특히 목소리가 떨리는 부분에서는 안토니 해거티(Antony Hegarty)의 보컬 톤 또한 연상되곤 했다. 아우스게일의 곡 중 비교적 역동적인 축에 속하는 <Torrent>에서는 기존에 없었던 현란한 조명의 움직임이 펼쳐졌다. 정과 동을 오가는 곡 구성을 통해 관객들의 몸, 그리고 마음을 동시에 흔들어 놓은 채 공연이 종료된다.



침묵 다음으로 입이 무거운 사내, 아우스게일




예상은 했지만 유독 말이 없는 아우스게일이었다. 동향의 선배인 뷰욕(Björk)의 내한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곡 사이 사이 아우스게일은 그저 "Thank You"라는 한마디 정도를 다소곳하게 읊조릴 뿐이었다. 과묵한 그의 성격에 걸맞게 무대연출 역시 현란한 LED 배경화면이라던가 화려한 조명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관객과 대화할 생각이 별로 없다는 듯 스스로의 음악에 고립해내려는 제스처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점에 있어서 더욱 듣는 것에 집중케끔 만드는 공연이었다. 지나치게 화려한 볼거리, 그리고 피로감마저 드는 과도한 관객호응유도 같은 요소들이 거의 필수요건처럼 되어있는 작금의 시대에 이렇게 우직하게 이끌어나가는 내한공연은 정말로 오랜만인지라 더욱 각별했다. 


오직 노래 그 자체만으로 관객들을 흡수시켜냈다. 그 어떤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물 흐르듯 흘러갔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오래 남겨지게 될 것만 같다. 아우스게일은 아예 눈을 감아버리거나 혹은 반대로 강렬하게 관객을 응시하면서 공연 내내 스스로의 노래를 이어나갔다. 나 역시 종종 눈을 감았다.





Writer. 한상철
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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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이 꽉 찼다. 돔 무대 밖에서는 공연 시작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력으로 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연장 뒤쪽에 자리를 잡자마자 멤버들이 출연해 첫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21세기에 데뷔한 브릿팝 밴드 중에 가장 성공적인 밴드라고 할 수 있는 스타세일러의 공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콜드플레이, 트래비스와 함께 비교되는 이들은 피아노의 서정성을 강조하는 음악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제임스 월시의 매력적인 보컬은 이들의 우울한 감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준다. 술 한 잔과 함께 하기 좋은 음악으로도 꼽히는데, 개인적으로 10여 년 전 단골 바에서 취미로 음악을 틀어대던 때에 다국적 손님들로부터 인기가 특히 많았던 기억도 있다.



스타세일러다운 셋 리스트


스타세일러의 이번 한국 공연은 2009년 활동을 중단했다가 재결합한 시점의 공연이라 특히 감동적이었다. 국내 페스티벌에는 두 차례 참가했지만 활동 중단의 소식은 앞으로 이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끼쳤기 때문이다. 페스티벌이 아닌 단독 공연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도 이 공연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2001년 [Love Is Here]로 데뷔한 스타세일러는 이제까지 모두 4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는데, 이번 공연의 셋 리스트는 1, 2, 4집이 골고루 섞인 인상이었다. 1집 수록곡인 <Poor Misguided Fool>로 시작된 공연은 2005년 앨범 [On the Outside]의 수록곡인 <In the Crossfire>와 1집 앨범의 히트곡 <Alcoholic>으로 이어졌다. 2005년 3집 앨범의 수록곡이 <In the Crossfire> 뿐이었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 앨범에서는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우울한 서정이 제거되었다는 점에서 누락된 게 아닐까 싶다. 1, 2집에 비해 크게 달라진 스타일에 대한 대중적인 반응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아무튼 공연은 지난 10여 년 동안 스타세일러가 지나온 자취를 짚어가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앵콜을 포함해 공연에 등장한 곡은 모두 17곡이었다. 첫 곡 <Poor Misguided Fool>부터 <In The Crossfire>, <Alcoholic>, <Fidelity>, <Boy in Waiting>, <Lullaby>, <Neon Sky>로 이어지는 셋 리스트는 대중적으로 환기되는 스타세일러의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 분위기의 업 앤 다운을 적절하게 섞었다. 곡이 끝날 때마다 제임스 월시는 엄지를 관객들에게 치켜들기도 했고,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같은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Lullaby>를 부를 때에는 ‘Get back on your feet again. So insincere, Quiet American’이란 부분의 끝 소절을 ‘Korean’으로 바꿔 불러주는 깨알 같은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Love Is Here>, <Keep Us Together>, <Born Again>으로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감정을 고조시키는 연주와 보컬을 마음껏 뽐냈는데, <Keep Us Together>를 부를 때 코러스의 함성을 유도하고 나서 ‘노래를 정말 잘한다’라고 관객들을 칭찬하는 유머를 구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훌륭한 관객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신곡’이라며 소개한 <Let You Go>의 경우는 공연장에서만 경험해볼 수 있는 재미였다. (내심 신곡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것이 바로 공연의 재미

예정된 셋 리스트와 다른 즉흥적인 곡들도 선보였는데, 전날 노래방에서 발견했다며 <Bring My Love>를 불러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나저나, 노래방에 간 스타세일러라니? 뭘 불렀는지가 더 궁금한데!) 공연의 백미는 <Tell Me It's Not Over>와 <Four To The Floor>의 콤보 플레이였다. 이 곡을 부르면서 제임스 월시는 막춤도 췄고, 관객들은 열심히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전반적으로 기본에 충실한 공연으로, 스타세일러 단독 공연에 어울리는 셋 리스트와 호응이었다. 제임스 월시는 시간이 지나면서 중후한 모습으로 변했지만, 그 목소리만은 변함없다는 점도 공연에 대한 만족도를 높였다.



비틀스 오마주와 추억의 감각

앵콜을 연호하던 관객들은 <Four To The Floor>의 일부분을 함께 떼창으로 부르면서, 스타세일러의 앵콜을 요청하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광경을 멤버들이 휴대폰 영상으로 담는 것도 보였는데, 문득 저들에게 이런 반응이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야근과 과제와 혹은 온갖 약속들을 뿌리치거나 무릅쓰고 이 자리에 온 관객들 중 누군가는 바로 저 영상에 담기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자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밴드와 관객의 ‘특별한 관계’가 생기는 법이고, 그게 바로 공연이 줄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이기도 할 것이다. 앵콜은 두 곡이었는데, 첫 앵콜곡은 <Silence Is Easy>였다. 마지막 곡인 <Good Souls> 공연 직전에 정확한 발음으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라는 행사명을 직접 언급하여, 초대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Good Souls>은 전주 부분에 비틀스의 [Revolver] 앨범에 수록된 <Tomorrow Never Knows>의 리프를 붙여 연주되었는데, 존경과 애정이 담긴 오마주로서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1집에서 특히 즐겨 듣던 곡이라 라이브 무대에서 이 곡을 접한다는 감격이 오래 남기도 했다.



한 시절의 추억을 지금 만나는 것. 내한공연이 주는 감각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요컨대 많은 사람들이 내한공연의 거품을 얘기하고 한국에 찾아오는 밴드들 대부분이 전성기가 지난 시점이란 점에서 뭔가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현장에 흐르는 공기란 사실 ‘추억으로 하나 되는 우리’라는 감각이 아닐까 싶다. 여기엔 취향으로 밀집한 공동체가 있고 그 공동체를 지배하는 정서가 있다.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가 지배하던 공연장에서 멤버들이 퇴장하고 장내에 불이 켜진 뒤 비어 있는 무대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제임스 월시는 마지막 인사를 하며 ‘언제든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이들을 다시 볼 일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다른 기분이 들고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그날을 상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Writer. 차우진
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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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스타세일러 2015.01.20 11:50 신고

    keep us together 이 곡도 3집 수록곡입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fidelity 2015.01.20 18:30 신고

    와 17곡이나 됐었나요~? 시간가는 줄 몰랐었는데ㅜㅜ

  3. addr | edit/del | reply 2015.01.23 13:2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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