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프로젝트 18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현장스케치' (7건)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8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의 네 번째 특별 프로그램, YAP Unplugged. 9월 중턱의 어느 토요일 저녁, 가을밤에 펼쳐질 어쿠스틱 콘서트에 대한 기대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었다. 지방 곳곳의 비 소식이 무색하게 새파란 하늘을 내어준 삼청로에서의 어쿠스틱 음악공연, 가을바람 그리고 당신에 관한 기록을 생생하게 정리해보았다.





변신은 무죄, 야외공연장이 되어버린 미술관


가을의 한가운데,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앞마당 한복판에서YAP Unplugged 행사가 시작되었다. 갈대지붕을 콘서트 장 삼아 밴드를 위한 작은 무대, 그리고 땅과 맞닿은 관객석이 세팅 되었고 미리부터 줄을 서 있던 부지런한 관객들이 차례 차례 입장했다. 파란 하늘과 갈색 갈대지붕의 선명한 콘트라스트에 이끌리듯, 가던 길을 멈춘 삼청동의 나들이객들도 미술관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1부 공연을 준비 중인 십센치(10cm)가 ‘안아줘요’라는 달달한 사랑노래로 리허설을 하자, 이미 공연이 시작된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감성과 발칙함 사이의 간격, 십센치


서로 부딪히는 갈대발의 소리가 크게 들릴 만큼 존재감을 자랑한 가을 바람이 십센치의 등장과 함께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재기발랄한 가사와 멜로디로 때론 유쾌하게 때론 감성을 담아 어쿠스틱 음악을 노래해 온 십센치.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 안경과 단정한 셔츠 차림으로 마이크를 잡은 보컬 권정열이 첫 곡 ‘새벽 4시’를 소개했다. “십센치의 고급스런 음악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이 공간에서 노래합니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사랑하는 사람을 꽃에 비유한 발상이 아름다운 ‘너의 꽃’, 리드미컬하고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한 십센치 버전의 쿨의 ‘애상’, 커플이 아닌 이들을 위한 로맨틱 송 ‘죽겠네’를 이어 들려주는 동안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아프리카 청춘이다’, ‘사랑은 은하수다방에서’, ‘쓰담쓰담’ 등등 노래 제목만 들어도 느껴지는 위트있는 곡들은 어쿠스틱도 떼창이 가능함을 현장에서 증명해주었다. 물론 떼창의 하이라이트는 전국민이 좋아한다는 바로 그 노래, ‘아메리카노’였다.

  




시? 음악? 에피톤 프로젝트가 남긴 긴 여운


"가을밤 참 좋죠? 정말 좋은 것 같아요.”라는 차분한 멘트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 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은 신나게 박수 칠만한 곡은 없지만 그래도 적당히 쳐달라는 부탁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멜로디와 가사에 대한 유별난 고집으로 시적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그룹이다. 첫 곡 ‘유채꽃’은 그들이 남겨두고 갈 긴 여운의 예고편이었다.





‘유실물 보관소’,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각자의 밤’ 각각의 앨범에서 2곡씩 들려주며 덤덤한 울림을 선사한 에피톤 프로젝트는 음반으로 감상했던 프로그래밍을 배제한 채 기타와 피아노 등 최소한의 반주만으로 어쿠스틱 감성을 담백하게 노래했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작인 ‘지붕감각’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는 세심함과 관객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장난끼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 그는 오늘 종로에 온 기념으로 고심 끝에 정했다는 곡 ‘이화동’을 끝으로 인사를 나눴다.



지붕감각과 함께한 4번의 시간


3개월간 그 자리를 지킨 ‘지붕감각’의 갈대 사이 사이로 부는 서늘한 바람과 어쿠스틱의 선율의 조화가 완벽했던 YAP Unplugged.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8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전시와 함께 진행된 YAP Curator Talk, YAP Silent Party, YAP On Air 그리고 마지막 YAP Unplugged까지의 네 번의 특별 프로그램은 매 순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매번 참가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경험을 제공해 온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의 특별한 프로그램들은 건축 전시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한 사례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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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015.09.18 12:17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uperseries.kr 슈퍼시리즈 2015.09.18 17:32 신고

      위대한강아지들님,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8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네 번째 특별프로그램 YAP Unplugged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8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세 번째 특별프로그램, YAP On Air가 예정돼 있던 8월 8일 토요일 저녁. 그날 오후 서울에는 마치 그치지 않을 듯한 기세로 한차례의 소나기가 내렸다. 올해의 우승작 ‘지붕감각’의 갈대 지붕 아래에 모여 앉아 진행된 야외 오픈 라디오 방송 YAP On Air는 그렇게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서 촉촉한 감성을 가득 충전한 채 시작되었다.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아쉬움과 함께 한 여름밤의 특별한 이야기들과 그날의 감성을 정리해본다.



비를 머금은 지붕감각, 청중의 감각을 적시다


무섭게 내리던 오후의 소나기가 지나간 지붕감각 공간에는 적당한 온도와 바람, 색을 바꾸는 저녁노을, 물기를 머금은 소나무껍질 내음으로 채워졌다. 갈대 지붕 아래에는 조그만 무대와 함께, 400여 명의 관객을 위한 등받이 기능까지 갖춘 종이 의자들이 빼곡하게 놓여있었다. 행사 시작 전부터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 거대한 라디오 스튜디오로 변신한 지붕감각을 바라보며 줄을 선 사람들의 표정에서 묘한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음악이 켜지고 하나 둘 입장하는 청중들로 좌석이 채워지자, 라디오 부스에 등장한 가수 조형우가 직접 기타를 치며 첫 곡 ‘라디오를 켜봐요’를 들려주었고 청중들의 기대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DJ 정지영과 가수 조형우, 건축을 이야기하고 추억을 나눈 시간


“한여름밤을 수놓을 건축이야기와 음악이 있습니다. 기분 좋은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특유의 듣기 좋은 목소리로 오프닝 멘트를 열어준 오늘의 1부 DJ는 바로 아나운서 정지영.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까지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해준 그녀는 이 아름다운 공간 아래서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어떤 그리움과 감성을 자극할만한 작지만 소중한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뒤 이어한 사람이 가장 먼저 접하는 건축, ‘추억이 깃든 집’에 관한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사연들이 소개되었고, 조형우는 사연에 걸맞는 어쿠스틱한 멜로디를 한곡 한곡 들려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천장 위로 난 창문으로 발을 헛디딘 지붕 위 고양이가 사연자의 다리 위로 뚝 떨어진 다락방 에피소드, 암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손수 집을 지어 선물하신 아버지 이야기, 건축가가 되어 할머니에게 뒷산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 기와집을 만들어드린 이야기까지… 특별한 전문 분야로서의 건축이 아닌 우리의 삶과 축을 함께하는 사람 냄새 가득한 건축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낯설면서도 편안한 느낌이었다.



특별게스트 SoA가 전하는 지붕감각 비하인드 스토리


“아련한 안개 사이로 집들의 바다가 출렁이는 것을 보렴. 지붕은 파도. 그 바다가 끊임없이 속삭이는 것을 들으렴.” DJ 정지영은 이 공간과 아주 잘 어울리는, 프랑스 시인 테오필 고티에(Theophile Gautier)의 시 ‘노트르담’ 속 구절을 인용했다. 마침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리던 갈대지붕은 실로 ‘지붕은 파도’라는 표현에 딱 들어 맞았다. 이 공간을 탄생시킨 장본인, 올해의 우승팀 SoA의 이치훈, 강예린 소장이 특별게스트로 출연해 지붕을 테마로 한 이유, 갈대발을 공수하기까지 파란만장 스토리, 부부건축가로서의 좋은 점과 나쁜 점 등 지붕감각이 탄생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조용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 했다.





SoA가 전하는 지붕감각 감상 팁은 의외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랬어요. 언제나 뭔가 해야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아무것도 안하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해보시길 바라요.(웃음) 실제로 시공하면서 저희도 여기서 낮잠을 많이 잤는데요. 누워서 지붕을 올려다보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성시경과 오기사, 삼청로 푸른 밤을 밝히다


“건축가는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리더다.” 건축가 정기용의 말과 함께 2부의 오프닝을 열어준 건축가 오기사(본명 오영욱). 어눌한 듯 할 말 다하는 그만의 화법으로 2부의 주인공, DJ 성시경이 소개되었다. 가사 속에 유난히 별, 바람, 하늘, 햇살을 자주 노래하는 가수 성시경이 ‘제주도 푸른 밤’의 전주와 함께 등장하자 갑자기 미니 콘서트장으로 변한 지붕감각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 장소와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더욱 확신을 준 그의 무대는 너무나도 감미로웠다.





그가 첫 곡으로 ‘제주도 푸른 밤’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처음 소개될 사연 때문. 중1 때부터 제주도에 내려가 기숙학교에 다닌다는 고등학생 김수현양은 직접 절벽 카페를 만들며 제주도에서의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인 건축가 아버지를 응원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최근 건축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제주도 이야기는 그렇게 한참을 이어졌다.





건축은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을 닮는다


“건축은 결국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닮게 되어 있죠.” 오기사는 디테일이 살아있고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독일과 일본의 현대 건축물을 보면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이 보인다고 했다. 한국의 ‘빨리빨리’와 ‘대충대충’ 문화가 만들어낸 빌딩의 현란한 간판이나 다세대 주택들도 정작 우리는 눈살을 찌푸릴지 모르지만, 외국인들이 꼽는 우리나라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는 것.





옛날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건축을 하던 시대를 지나 지붕이 소멸되어버린 이 시대에도 결국 건축은 사람을 닮아있고,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느냐에 따라 변해있었다. 최소한 생존 걱정은 없는 이 시대에 여유와 여가를 위해 탄생한 것이 오늘 이 자리에 지붕감각이 아닐까 한다는 오기사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휴가철 텅 빈 서울 한복판, 감성 충전소가 되다


‘여름 휴가철에 텅 빈 서울에서 이렇게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라는 성시경의 말처럼 YAP On Air에서 어우러진 사연과 음악의 여운은 정말 대단했다. 지붕감각이 마치 오늘을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모든 것이 200% 완벽했던 그 날의 분위기는 메마른 감성을 가득 충전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삼청동을 지나던 행인들마저 자석처럼 미술관 앞마당으로 이끌었던 YAP On Air. 다시 이날의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듯한 청중의 아쉬움은 성시경의 앵콜곡 ‘처음’으로 이어졌고, 2015년 여름의 소중한 추억 한자락으로 기억될 이벤트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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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고의 구축: 튼튼한 기둥을 세워라!


드디어 공사가 시작됐다. 원래 미술관 앞마당은 네모난 박석으로 덮여 있는 정사각형 공터였다. 가로 36m 세로 38m의 마당에 지름 25m의 둥근 원형 자리를 마련하고 갈대를 올리기 위해 기초공사를 했다. 5월 11일 먼저 원래 있던 박석을 걷어냈다. 지면을 15~30㎝ 정도 파 내려가 마당의 기초이자 지하 미술관의 지붕이 되는 콘크리트에 기둥을 지지하는 앵커를 설치했다. 





5월 19일부터 6월 1일까지는 수 톤에 달하는 철골 자재가 미술관 앞마당을 가득 채웠다. 높고 무거운 갈대발을 걸기 위해 튼튼한 기초와 기둥, 그리고 상부 구조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3개의 발이 달린 원형의 삼발이 2개를 양쪽으로 이어 붙인 6발이 기둥을 만든다. 이 기둥은 지탱하는 무게에 따라 지름 160, 132, 101㎜의 세 가지 종류의 강철관으로, 아연을 도금해 물기에 녹슬지 않고 가볍고 무엇보다 튼튼하다.





이렇게 튼튼한 기초와 기둥이 마련됐으니 갈대발을 걸 수 있는 상부구조를 완성할 차례다. 발이 걸리는 둥그런 상부는 철골로 된 배럴 볼트(barrel vault)를 사용한다. 배럴 볼트는 반원통 모양의 둥근 천장인데 가볍게 하려고 얇은 철제 플레이트와 철골을 사용한다. 6월 11일 아치와 강관을 연결했다. 발이 걸리는 상부구조는 모두 7줄인데 각 구조는 14개 세트의 볼트와 기둥 2개가 만나게 된다.





이제 발을 널 차례다. 미술관 앞마당에 기중기가 들어와 상부 구조물에 발을 넌다. 그러나 그냥 갈대발을 널면 아래가 'V'자로 쳐진다. 그래서 고안한 게 스테인리스 철사다. 이 철사가 갈대발 안에 장착돼 있어 'U'자 모양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 준다. 살짝 갈대발 안쪽을 들여다보면, 갈대발을 잡아주는 철사와 모양을 잡아주는 철사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끝으로 6월 17일 조경공사를 시작했다. 기초 위에 토사를 덮고 빗물이 빠지도록 잔돌을 깔고 마지막으로 소나무 껍질 조각을 3~4㎝ 두께로 덮어 조경을 마친다.



5. 마무리: 독특한 조경을 만들어라!


끝으로 조경 공사가 남았다. 애초 계획으론 ‘U’자 모양의 구조체 7개가 연결된 지붕을 따라 아래 공간에도 조경 띠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경 띠를 없애고 자연스럽게 구분되도록 계획을 바꿨다. 소나무 조각으로 흙을 덮었는데, 나무껍질은 나무를 심은 뒤 뿌리 주변에 덮어 수분이 흙에서 덜 증발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7가지 종류의 식재를 심었다. 남천, 노랑말채, 사사, 수크령, 홍띠, 모닝라이트, 관중, 맥운동인데 이 중에 사사와 수크령은 갈대의 사촌뻘 되고, 모닝 라이트는 억새의 한 종류의 갈대의 친구 격이다. ‘지붕감각’에는 연못이나 안개와 같이 직접 물을 볼 수 없지만, 갈대와 각종 식재를 보고 있으면 외부보다 훨씬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끝으로 작은 언덕을 돋아 실제 구조물 내부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서울관과 마주한 인왕산이 시야로 쑥 들어온다.





둘둘만 갈대발을 듬성듬성 던져놓아 의자로 사용하거나 이곳에 누워 쉬어갈 수 있다. 최근 에스오에이에 합류한 또 다른 파트너인 이재원은 “시간을 오래 두고 지붕감각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한다. 바람의 다양한 속도에 따라 일렁이는 갈대의 움직임이 시시각각 다른 감각을 깨우려면 시간이 더해져야 완성된다.





‘지붕감각’을 관람할 때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미술관이 입구가 여러 곳이므로 각각의 입구에서 진입하며 관찰하면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종친부가 있는 북촌로에서 보면 지붕감각의 끝부분만 보인다. 디지털아카이브가 있는 쪽에서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며 보는 것도 재미있다. 삼청로 큰 길에서 접근하면 코너를 도는 순간 거대한 구조물이 시야를 꽉 채운다.


또한 오감을 열자. 멀찍이 기념 사진을 찍기 보단 내부로 들어가서 갈대발을 만져보고 다양한 식재를 관찰해보자. 언덕에 올라 종친부와 인왕산을 바라보고 잠시만 이곳에 누워 눈을 감아보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눈을 감으면 이곳이 복잡한 도심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린다. 서걱거리는 소리를 듣고 아른거리는 햇살을 느끼고 짙은 소나무 향을 맡으니 어렸을 적 여름 방학 때면 늘 놀러 갔던 할아버지 댁 툇마루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마침 올해는 이곳에서 사일런트 디제잉 파티나 오픈 라디오, 언플러그드 공연 등 현대카드가 준비한 다양한 연계 행사가 열린다. 이곳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듣고 보자. 온전히 지붕을 느끼기 위해.







Writer. 심영규

월간 <SPACE(공간)> 편집차장. 건축·문화·예술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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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갈대발이 서로 부딪치며 버스럭거린다. 중천에 오른 따가운 햇볕은 갈대발에 바스러진다. 성긴 갈대발 사이로 푸른 하늘이 어른거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에 거대한 갈대발 구조가 들어섰다. 현대카드는 열여덟 번째 컬처프로젝트로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과 함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이하 YAP)을 진행하는데 올해는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 이치훈, 강예린)의 ‘지붕감각(Roof Sentiment)’이 당선됐다. 이 구조물은 그간 잃어버린 감각을 환기해주는 장치이자 구조물이다. 어떻게 ‘지붕감각’을 만들어지게 됐는지 그 고군분투의 과정을 기록한다.



 


1. 사고의 시작: 지붕을 기억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에 어떤 파빌리온을 만들까 고심하던 강예린은 “처음엔 YAP에 건축적 요소로서 ‘집’의 감각을 끌어오려 했다”고 말한다. 관람객이 구조물을 하나의 대상이나 물건이 아니라 감각으로 경험하고 더운 여름에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이치훈은 “한옥이 밀집한 북촌에 있는 미술관 마당에서 ‘지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 싶었다”고 덧붙인다. 목구조를 사용한 동양의 지붕은 원래 크고 무겁다. 비가 많은 기후 때문이기도 하고, 하늘에 대한 제의나 상징으로 일부러 크게 과장하기도 했다. 처마는 색색의 단청으로 아름답게 꾸민다. 커다란 지붕과 처마는 비바람을 막고, 높은 지붕 아래 만들어진 깊은 공간은 한국의 기후에 맞게 바람을 적당히 통과시키며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그러나 건축 기술과 재료가 발달하고 건물이 크고 높아지면서 반대로 지붕은 얇아졌다. 낯은 천장의 고층 아파트와 층층이 쌓인 건물 안의 사무실에선 지붕을 떠올리기 어렵다. 


건축가들은 미술관 앞마당에 주변의 경관을 담는 그릇이자, 바람을 흐르게 하는 차양, 흔들거리며 감각을 깨우는 장치로 ‘지붕감각’을 생각했다. 이것은 덮여 있는 지붕이 아니라 열린 지붕이고, 갈대발이 늘어지며 만든 주름은 아래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고, 이 아래에서 올려다봤을 때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실제 멀리서 본 ‘지붕감각’은 마치 커다란 병풍 같기도 하고 거대한 김밥용 발을 뉘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래서 보면 늘어진 갈대발 사이로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2. 재료의 선정: 갈대를 찾아라!


‘지붕감각’의 가장 독특한 점은 대형 갈대발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건축가들은 “바람에 민감하고, 여름과 물을 떠올리게 하는 재료로 갈대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갈대는 한국적인 재료이자 동시에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늘을 만들고, 유연성이 좋은 재료다. 구조물의 가장 높은 부분은 10.7m, 가장자리는 7.8m로 가운데가 뾰족해 말 그대로 지붕 모양이다. 이 거대한 지붕은 6.2m 5m 등 다양한 길이의 갈대발 400개를 사용해 110×25m 크기로 다시 이어 붙인 뒤 둘레를 타원형으로 다듬고 중간중간 다양한 크기의 구멍을 송송 뚫었다. 사용한 갈대발을 하나로 이어 붙이면 길이가 2.5km에 이른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갈대를 사용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붕감각’을 만들 때 주재료인 갈대를 공수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강예린은 “갈대 구하는 이야기로만 1박 2일 동안 할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먼저 생각난 곳은 우포늪. 이곳은 낙동강의 지류인 토평천 유역에 있는 국내 최대의 자연 늪지로, 가로 2.5㎞, 세로 1.6㎞에 이른다. 최근 건축가들이 이곳에 자연도서관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포엔 갈대가 없었다. 차를 돌려 순천만으로 향했다. 순천만엔 갈대가 있었지만 원하는 크기로 제작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성 갈대발은 일반적인 창문 크기에 맞춰 고작해야 폭 1.5m 길이 1.2m가 가장 큰 것이었다. 이런 갈대발 천여 개를 이어서 원하는 크기와 모양대로 제작할 수 있는 업체도 없었고, 역설적이게도 모든 갈대발의 원산지는 중국이었다. 이들은 “갈대로 유명한 지역을 찾아다녔는데, 작년 기후가 별로 좋지 않아 올해 갈대 상태가 별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생산 단가 문제로 국내에서 갈대발을 생산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는 사실도 알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지인의 소개로 중국 허베이 성 런추시를 조사하게 됐다. 황하강이 서해로 흘러들어 가는 하류에 있는 이곳은 마을 전체가 지대가 낮고 거대한 늪지가 있어 수 대에 걸쳐 갈대발을 만들어온 갈대 장인들이 있었다. “아! 드디어 찾았다.” 이곳에 방문한 건축가들은 4m는 족히 넘는 갈대가 무성하게 우거진 장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총 길이 2.5㎞의 갈대발 400여 개를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답변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갈대와의 씨름은 끝이 아니었다. 처음에 설계했던 이미지와 유사한 갈대발을 만들기 위해 껍질을 일일이 손으로 벗기고 갈대를 엮는 면사 소재의 끈을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철사로 바꿔야 했다. 이렇게 작업한 갈대발 400여 개를 스테인리스 철사로 지탱해 10.7m 높이의 기둥 위에 올렸다. 짧은 글로 표현했지만, 하중과 바람의 영향을 계산해 규모와 형태를 결정하는 3월 4일 당선부터 5월 초까지 두 달이나 걸린 셈이다.





3. 구조의 지속: 바람을 견뎌라!


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 원래 계획한 설계를 변경한 부분도 있다. 최초 계획에서는 금속의 레티스 구조를 하부에 깔고 그 위에 덮은 흙의 무게로 풍하중을 견디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거대한 갈대발이 바람에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처음부터 구조 해석을 다시 해야 했다. ‘지붕감각’은 3개월간 튼튼하게 서 있을 뿐 아니라 갑자기 올지 모르는 강풍이나 태풍에도 견뎌야 했다.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풍동실험을 통해 구현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 이치훈은 “기초 형식을 다시 잡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주어진 2개월간 실시 설계를 하고 1.5개월 만에 시공을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완공된 ‘지붕감각’은 초속 20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태풍경보가 예보되면 지붕구조에 설치된 철사를 기초에 용접했던 앵커(닻)에 연결해 구조를 안전하게 지지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초속 30m의 강한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보통 풍속이 초속 15m면 건물 간판이 떨어지고, 초속 25m일 때는 지붕이나 기왓장이 뜯겨 날아갈 정도다. 3개월만 설치되는 임시적인 구조물이지만 최악의 경우를 예상해서 구조물을 설치했다. 그는 “과정 내내 무언가를 배우고 실험하는 느낌이었다. 바람과 갈대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갈대의 처짐을 견고하게 잡아 모양을 유지하면서 바람이 일으키는 갈대의 움직임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였다”고 설명한다.





Writer. 심영규

월간 <SPACE(공간)> 편집차장. 건축·문화·예술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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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와 국립현대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이 함께하는 전시 프로젝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이 18번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를 통해 돌아왔습니다. 지난해 여름, 4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신선놀음’에 이어 2015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새로운 우승작은 바로 SoA의 ‘지붕감각’입니다. 어느 비 내리는 날 오후, 신사동 언덕의 건축사무소에서 만난 우승팀 SoA의 파트너 이치훈, 강예린 소장. 차분한 말투로 전하는 작품 이야기 속에서 그들만의 은밀하고도 위대한 ‘건축감각’과 내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SoA, 건축의 공공성과 사회적 맥락에 주목하다

 

Q. 먼저 ‘SoA’라는 팀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SoA’는 저희가 5년째 함께 이끌고 있는 건축사무소 타이틀이기도 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의 건축의 역할을 찾는다는 의미로 다소 거창하지만 ‘Society of Architecture’라는 이름이 나왔어요. 건축물이 지어지는 사회적인 맥락에 초점을 맞추면 건축이 재밌어지거든요. 특히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건축을 ‘건설’로 바라봤고, 주택도 투자대상으로 여겨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작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스스로 질문을 해본 거에요. 사람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어떤 건축물을 짓고 싶어하는지, 왜 짓고 싶어하는지 등등 그런 맥을 짚어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려고 해요.

 

Q. 팀원 각자의 이력과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치훈 소장은 연세대학교에서 건축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고, 유학이나 해외활동 경험은 없어요. 건축가로서 해외에서 공부하고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없었던 건 아닌데, 나만의 작업을 빨리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바로 독립하게 됐죠. 강예린 소장의 경우 서울대학교에서 지리학으로 석사과정까지 하고 뒤늦게 건축으로 진로를 바꾼 케이스인데, 네덜란드로 건너가 렘 콜하스의 건축사무소 OMA에서 일을 했어요. 그간 SoA의 이름으로 간송 미술관과 우포 자연도서관 등 건축 작업 이외에도 도시 공원 예술로 프로젝트,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 등 다양한 공공 예술 활동에 참여했고, 서울시립미술관의 ‘인터스페이스 다이알로그’를 비롯한 여러 전시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해오고 있습니다.

 

Q.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합니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한국에선 두 번째지만 해외에선 이미 건축가라면 누구나 참여하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하고 싶다고 다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아니고요. 먼저 국내 학계와 언론계 등 추천을 통해 후보로 선발됐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매우 영광으로 생각해요. 사실 지난해에도 후보팀으로 선정됐었는데 최종후보팀에 들지 못했었거든요. 올해에는 우승팀이 되어 감회가 참 남다르네요.





Q.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로마의 MAXXI에서 작품을 전시한 적이 있죠. 어떤 전시였나요?

 

2012년에 이탈리아 로마 국립21세기 미술관(MAXXI)과 알칸타라(Alcantara)라는 글로벌 섬유기업이 함께 한 ‘Shape Your Life’라는 프로젝트였는데, 진행 과정이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과 매우 비슷했어요. 페라리나 마세라티와 같은 명차의 좌석을 만드는데 쓰이는 ‘알칸타라’라는 이탈리아의 특수 천이 있거든요. 그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거주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이었죠. 천 특유의 처짐을 이용해 이동 시에는 천이 포개지고, 공원 벤치에 머무를 때에는 펴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고안했어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소재의 특성상 작품 안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레 보호받고, 개인 물품을 올려놓거나 수납할 수도 있어 기능적인 측면까지 높이 평가받았어요.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갈대의 물결! 거대 지붕 아래서 느끼는 ‘지붕감각’

 

Q. ‘지붕감각’이라는 타이틀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어떤 작품이 나오던 지붕을 다뤄보자는 의견에 서로 동의했어요. 땅 아래에 구조물을 심지 않고 주춧돌 위에 목조를 세웠던 옛날에는 나무라는 가벼운 소재를 눌러주기 위해 지붕이 커야 했다면, 콘크리트 소재의 현대 건축물은 평평한 지붕을 갖게 됐죠. 자연과 주변을 수용하는 범위가 좁아진 셈인데요. 이렇게 지붕은 구축 방식에 따라 내부 공간에서 느끼는 감각이 다르게 나타나요. 다소 과장된 지붕을 만들고 그것이 불러오는 여러 감각을 통해 지붕이 재조명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붕감각’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Q. 건축의 사회성을 중요시하는 SoA의 철학과 ‘지붕감각’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나요?

 

음,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의 건축을 바라보면, 높은 밀도의 모여살기가 불가피한 도시에서 가장 퇴화한 건축요소가 지붕이 아닐까 싶어요. 건축 기술이 다양해지면서 지붕의 개념도 많이 사라졌고, 지붕 아래에 머물며 느낄 수 있는 감각도 잘 떠올릴 수 없게 됐으니까요. 지붕을 다시 화두에 올리고 상실된 지붕감각을 한 번 더 상기시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지붕, 우주의 문턱’이라는 티에리 파코의 책 제목처럼 사실 지붕은 비, 바람, 햇빛을 막아주는 초기 건축의 원형이자 가장 보편적 요소에요. 그 원형을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느낄 수 있게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저희의 의도였습니다.





Q. ‘지붕감각’을 만들며 특별히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나요?

 

지붕에 확실한 포커스를 두고 나니, 이제 건축적인 주제와 가장 적절할 소재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가게 됐어요. 여러 소재를 스터디 하는 과정에서 결국 갈대발을 생각하게 됐는데, 전시 기간도 마침 여름이잖아요. 시원한 느낌을 주면서도 가변적이고 재생 가능한 소재로 갈대만한 것이 없었죠. 지붕에서 시작해 갈대발로 결론 짓기까지 하나의 영감에서 비롯됐다기보다 순차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품이 탄생된 거죠. 결과적으로 갈대라는 소재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는데, 작업 과정 내내 이렇게 큰 숙제가 될 줄 몰랐어요.

 

Q. 그렇다면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이 갈대인가요? 조금 더 자세한 메이킹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역시 바람과 갈대였던 것 같아요. 바람은 인간이 컨트롤 할 순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관객이 작품을 느끼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요소인 만큼 신경을 많이 썼죠. 바람 그리고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갈대와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갈대의 처지는 특성을 잡아 견고한 모양을 유지하면서 바람이 일으키는 갈대의 움직임을 제대로 구현해내는 것이 큰 과제였죠. 갈대발이 엮어진 상부 구조는 30m/s의 태풍까지 견딜 수 있도록 사이즈가 결정됐고, 보이지 않은 부분에서 구조물을 지지해 줄 바닥 기초 공사도 해야 했습니다. 또 좋은 갈대발을 구하려고 순천처럼 갈대밭이 유명한 고장들을 많이 다녔는데, 작년 기후가 별로 좋지 않아 올해 갈대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국내에서 갈대발이 전혀 생산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결국 중국 산둥지방까지 넘어가 3대째 갈대발을 만들어온 갈대장인을 찾았어요. 설계된 이미지와 유사한 갈대발을 확보하기 위해 갈대 껍질을 일일이 손으로 벗기는 작업은 물론 갈대를 엮는 면사 끈도 풍화에 강한 철사로 바꿔 결국 대형 갈대발을 커스터마이징해 제작할 수 있었죠. 작업 과정 내내 무언가를 배우고 실험하는 느낌이었어요.



출처: SoA



Q.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작품 설치 장소가 지정된 프로젝트인데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미술관 앞마당'이라는 장소가 작품에 끼친 영향이 있나요?

 

주제 자체가 파빌리온 즉 임시구조물을 만드는 프로젝트인데, 일단 국립현대미술관의 앞마당은 건축가로서 너무나 욕심나는 장소였죠. 미술관 주변의 북촌 일대를 보면 다양한 모습의 궁궐과 한옥 지붕 그리고 현대적인 주택의 지붕들이 인왕산, 북한산 등 자연의 거대한 지붕과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잖아요. 애초에 지붕을 다루기로 결심한 것도 설치 장소가 크게 한 몫 했죠.

 

Q.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키워드는 '그늘, 쉴 공간, 물'입니다. 이 주제들이 실제 작품 속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세 가지 키워드 모두 전시 기간인 여름과 계절적으로 잘 맞는 주제였고, 건축가로서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구현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했어요. 지붕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늘’이자 ‘쉴 공간’이었기 때문에 키워드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특히 깊고 높은 갈대발의 공간을 투과해 떨어지는 빛은 다양한 조도와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비가 올때에는 갈대발 사이사이에 빗물이 맺혀 얇은 막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새로운 감각의 포착,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Q.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은 ‘문지방’의 신선놀음에 대해 알고 있나요? 올해로 2년째를 맞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과 같은 프로젝트가 우리나라의 젊은 건축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신선놀음’은 당연히 직접 관람했죠. 지난해 저희도 후보팀이었기 때문에 ‘문지방’ 팀의 작품을 흥미롭게 봤어요. 이번에 우승팀이 되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며 큰 도움을 받았죠.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주어지는 주제 자체가 참 흥미로워요. 일로 하는 건축 작업과 성격이 많이 다르기에 오히려 건축이라는 장르에 더 근원적으로 다가가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건축가로서의 사회적인 책임, 기술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에서 살짝 비켜 나가 너무 무겁지 않게 접근할 수 있거든요. 실용의 건축이 아닌 사회적 이슈와 담론을 생산하는 건축, 대중들이 향유하는 건축 작업이라는 점에서 건축가 스스로 많은 질문이 필요한 프로젝트였던 것 같습니다.

 

Q. ’지붕감각’의 설계안이 MoMA를 비롯한 뉴욕, 산티아고, 로마, 이스탄불에서 전시될 예정입니다. 다양한 도시의 관람객들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되나요?

 

지난해의 ‘신선놀음’도 그렇고 갈대라는 토속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지붕감각’도 그렇고 동양적인 메타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죠. 반면 작가와 관람객의 센스는 점점 글로벌해지고 있고요. 해외 관람객이 보기에 이런 보편성과 특이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주제 자체와 주제를 구현해내는 방식이 늘 똑같은 기조를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갈대라는 재료 자체는 의외로 서양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친한 스페인의 건축가가 지붕감각을 감상하러 와서는 스페인 남부의 분위기가 난다는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지붕감각’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관람객이 꼭 경험했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시간을 여유 있게 갖고 오셔서 시시각각 다른 지붕감각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바람의 속도와 갈대의 움직임 등등 가변성은 짧은 시간에 드러나질 않으니까요. 갈대가 서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 소재의 냄새, 투영되는 햇빛의 농도 등 시간차에서 오는 감각을 꼭 경험했으면 해요. 지붕 바로 아래에서 또는 지붕 바깥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지붕감각’은 시간의 여유가 더해져야 완성되는 작품입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만나는 건축, 예술, 사람

 

SoA는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조금 더 유연하게 나누고 싶어 했습니다. “건축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으면서 긴 시간을 담고 있는데, 예술로서의 건축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에게 경험의 시퀀스를 제공합니다.” SoA의 말처럼 건축과 예술의 차이가 있다면 바로 시간성이 아닐까요? 일상의 소재를 건축화하여 설치부터 철거까지의 한정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경험거리, 생각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건축이기도, 예술작품이기도 한 것이죠. 서울 한복판, 거대한 지붕 아래에서 공간과 시간이 제공하는 감각은 과연 어떤 것일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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