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프로젝트 21 장 폴 고티에 전/전문가 칼럼' (1건)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 장 폴 고티에 전

장 폴 고티에를
생각함
현 시대 가장 혁신적인 디자이너의 원형으로 손꼽히는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그의 예술적 감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번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 장 폴 고티에 전>이 갖는 의미가 크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캐나다의 몬트리올 파인아트 박물관과 영국의 빅토리안 앤 앨버트 박물관 전시에 이은 3번째 관람으로 볼 때마다 감회가 다른 매력적인 전시다. 관람 내내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생각의 틀이 수시로 깨지고 재조립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런웨이의 도발적인 철학자

장 폴 고티에는 1952년 프랑스 파리 교외인 아르쾨유(Arcueil)에서 태어났다. 스페인어 교사가 되길 바랐던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장 폴 고티에는 할머니의 미용실에서 드로잉 습작을 했고, 아름답게 변신하는 여인들에게 매료됐다. 이후 패션잡지 속 피에르 가르뎅과 이브 생 로랑의 작품을 보며 독학으로 디자인을 시작했고, 자신의 느낌과 사유를 옷을 통해 현실화시키는 기쁨을 배웠다.

1994년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Designer)의 투표에서 가장 창의적인 디자이너(Most Creative Designer)로 뽑혔고, 1995년 텍스타일 저널(Le Journal des Textiles)에서도 최고 인기 디자이너로 선정된 그의 역량은 2000년대까지 이어져, 매년 네 개의 기성복 라인 컬렉션과 에르메스(Hermes)를 위한 두 개의 컬렉션을 감독하며 여전히 런웨이의 도발적인 철학자로 군림하고 있다.

장 폴 고티에를 읽는 코드!관능성, 혼합, 전복의 미학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 이번 장 폴 고티에 전시는 각각의 영역이 긴밀하게 연결된, 마치 한 인간의 ‘인류학적 탐색’을 기록한 보고서와도 같다. 7개 중 특히 놓쳐서는 안될 섹션으로 ‘드레스룸(The Boudoir)’, ‘스킨딥(Skin Deep)’, ‘도시정글(Urban Jungle)’과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를 꼽을 수 있다. ‘남과 여’라는 성의 이분법을 넘어 그 사이의 세계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도발적인 작품들을 보다 보면, 이 섹션들을 관통하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첫 번째 ‘드레스 룸’ 섹션에서는 18세기 후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궁정의 살롱문화를 바탕으로 고티에의 옷을 재해석한다. 한 시대의 혁명적 사고가 잉태되는 장소였던 여성의 은밀한 공간, 드레스 룸은 당대의 금서를 나눠 읽으며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여성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드레스 룸’은 여성의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파괴하면서 21세기형 관능미를 만드는 그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섹션이다. 1990년 마돈나(Madonna)가 ‘블론드 앰비션 투어(Blond Ambition Tour)’에서 착용한 원뿔형 코르셋은 고티에가 해석한 ‘여성의 새로운 관능미’를 보여주는 전설적인 오브제다. 마치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의상은 성(性)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상징이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남성에 일침을 가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스킨딥’에서는 장 폴 고티에가 런웨이에서 항상 애용하는 라텍스와 비닐 등의 소재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정교하게 몸을 드러내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몸이 가진 두 개의 풍경, 즉 내면과 외면을 함께 드러내고자 했던 그의 상상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신체에 관한 감수성이 나타나는 또 다른 작업은 바로 향수다. 1993년 4월 첫 번째 향수 ‘장 폴 고티에 클라시크’를 발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뉴욕의 삭스 핍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 백화점에서는 출시 첫 주 매출이 30만 달러에 이르는 기염을 토했다. 코르셋을 착용한 여인의 토르소를 재현한 향수 바틀은 여러 문화적 관점을 담고 있으며, 이를 양철 캔 속에 집어넣음으로써 ‘컨텐츠로서의 신체’를 보여주고자 했다.

‘도시 정글’과 ‘메트로폴리스’ 섹션에서는 다양한 협업의 세계를 보여준다. ‘다름’의 미학을 ‘다양성의 통일’로 승화시킨 작업들은 패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윌리엄 베이커(William Baker)의 사진 작업 속, 가수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의 X-Tour 의상은 다양한 민속의상의 결합체이며, 2009년 마돈나 컬렉션에 발표된 일명 ‘순결한 가운’은 러시아 민속 혼례복과 게이샤들의 머리장식, 비잔틴 시대의 왕관형식 등의 모티브가 결합된 것이다. 각 나라에서 얻은 영감을 변주하고 재배열함으로써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의 패션을 만들어냈다.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 장 폴 고티에 전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혼합과 다양성이라는 현대의 화두를 패션디자이너의 작품을 통해 읽어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 기대감이 커진다. 장 폴 고티에에게 패션은 혼합과 다양성의 문법을 만들어가는 장이다.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해석하며,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차이’와 '다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획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장 폴 고티에는 말한다. “나는 항상 소수에 동조해왔고 묘사해왔다. 하지만 그들이 평생 그 위치에 머물진 않으며, 또 다른 세대의 주류가 된다.” 즉, 시대를 막론하고 이제 막 부상하는 새로운 미학이란 언제나 작은 목소리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는 그것들을 껴안고 다듬을 때 비로소 우리는 새 시대의 ‘쉬크(Chic)’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장 폴 고티에 전이 우리 눈 앞에 펼쳐져야 할 명백한 이유이기도 하다.
Writer.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 장 폴 고티에 전 장 폴 고티에를 생각함
현 시대 가장 혁신적인 디자이너의 원형으로 손꼽히는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그의 예술적 감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번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 장 폴 고티에 전>이 갖는 의미가 크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캐나다의 몬트리올 파인아트 박물관과 영국의 빅토리안 앤 앨버트 박물관 전시에 이은 3번째 관람으로 볼 때마다 감회가 다른 매력적인 전시다. 관람 내내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생각의 틀이 수시로 깨지고 재조립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런웨이의 도발적인 철학자

장 폴 고티에는 1952년 프랑스 파리 교외인 아르쾨유(Arcueil)에서 태어났다. 스페인어 교사가 되길 바랐던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장 폴 고티에는 할머니의 미용실에서 드로잉 습작을 했고, 아름답게 변신하는 여인들에게 매료됐다. 이후 패션잡지 속 피에르 가르뎅과 이브 생 로랑의 작품을 보며 독학으로 디자인을 시작했고, 자신의 느낌과 사유를 옷을 통해 현실화시키는 기쁨을 배웠다.
1994년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Designer)의 투표에서 가장 창의적인 디자이너(Most Creative Designer)로 뽑혔고, 1995년 텍스타일 저널(Le Journal des Textiles)에서도 최고 인기 디자이너로 선정된 그의 역량은 2000년대까지 이어져, 매년 네 개의 기성복 라인 컬렉션과 에르메스(Hermes)를 위한 두 개의 컬렉션을 감독하며 여전히 런웨이의 도발적인 철학자로 군림하고 있다.

장 폴 고티에를 읽는 코드!관능성, 혼합, 전복의 미학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 이번 장 폴 고티에 전시는 각각의 영역이 긴밀하게 연결된, 마치 한 인간의 ‘인류학적 탐색’을 기록한 보고서와도 같다. 7개 중 특히 놓쳐서는 안될 섹션으로 ‘드레스룸(The Boudoir)’, ‘스킨딥(Skin Deep)’, ‘도시정글(Urban Jungle)’과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를 꼽을 수 있다. ‘남과 여’라는 성의 이분법을 넘어 그 사이의 세계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도발적인 작품들을 보다 보면, 이 섹션들을 관통하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첫 번째 ‘드레스 룸’ 섹션에서는 18세기 후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궁정의 살롱문화를 바탕으로 고티에의 옷을 재해석한다. 한 시대의 혁명적 사고가 잉태되는 장소였던 여성의 은밀한 공간, 드레스 룸은 당대의 금서를 나눠 읽으며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여성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드레스 룸’은 여성의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파괴하면서 21세기형 관능미를 만드는 그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섹션이다. 1990년 마돈나(Madonna)가 ‘블론드 앰비션 투어(Blond Ambition Tour)’에서 착용한 원뿔형 코르셋은 고티에가 해석한 ‘여성의 새로운 관능미’를 보여주는 전설적인 오브제다. 마치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의상은 성(性)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상징이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남성에 일침을 가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스킨딥’에서는 장 폴 고티에가 런웨이에서 항상 애용하는 라텍스와 비닐 등의 소재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정교하게 몸을 드러내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몸이 가진 두 개의 풍경, 즉 내면과 외면을 함께 드러내고자 했던 그의 상상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신체에 관한 감수성이 나타나는 또 다른 작업은 바로 향수다. 1993년 4월 첫 번째 향수 ‘장 폴 고티에 클라시크’를 발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뉴욕의 삭스 핍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 백화점에서는 출시 첫 주 매출이 30만 달러에 이르는 기염을 토했다. 코르셋을 착용한 여인의 토르소를 재현한 향수 바틀은 여러 문화적 관점을 담고 있으며, 이를 양철 캔 속에 집어넣음으로써 ‘컨텐츠로서의 신체’를 보여주고자 했다.

‘도시 정글’과 ‘메트로폴리스’ 섹션에서는 다양한 협업의 세계를 보여준다. ‘다름’의 미학을 ‘다양성의 통일’로 승화시킨 작업들은 패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윌리엄 베이커(William Baker)의 사진 작업 속, 가수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의 X-Tour 의상은 다양한 민속의상의 결합체이며, 2009년 마돈나 컬렉션에 발표된 일명 ‘순결한 가운’은 러시아 민속 혼례복과 게이샤들의 머리장식, 비잔틴 시대의 왕관형식 등의 모티브가 결합된 것이다. 각 나라에서 얻은 영감을 변주하고 재배열함으로써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의 패션을 만들어냈다.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 장 폴 고티에 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혼합과 다양성이라는 현대의 화두를 패션디자이너의 작품을 통해 읽어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 기대감이 커진다. 장 폴 고티에에게 패션은 혼합과 다양성의 문법을 만들어가는 장이다.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해석하며,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차이’와 '다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획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장 폴 고티에는 말한다. “나는 항상 소수에 동조해왔고 묘사해왔다. 하지만 그들이 평생 그 위치에 머물진 않으며, 또 다른 세대의 주류가 된다.” 즉, 시대를 막론하고 이제 막 부상하는 새로운 미학이란 언제나 작은 목소리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는 그것들을 껴안고 다듬을 때 비로소 우리는 새 시대의 ‘쉬크(Chic)’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장 폴 고티에 전이 우리 눈 앞에 펼쳐져야 할 명백한 이유이기도 하다.
Writer.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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