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1622건)


헤비메탈의 전설 오지 오스본부터 대중적인 록 그룹 마룬 파이브 그리고 데프톤즈, 후바스탱크 등 록부터 일렉트로닉, 팝까지 여러 장르를 대표하는 그룹들이 내한한다. 다양한 음악 색과 더불어 기다려지는 이유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그들의 패션 스타일. 실제로 패션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선정해 그들이 뮤직비디오 속에서 선보인 룩들을 소개한다. 특별히 2014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에 입고 가면 좋을 스타일링으로만 엄선했으니, 패셔너블해지고 싶다면 더욱 주목할 것. 지금까지 귀로만 듣고 즐겼다면, 이제 온몸으로 느끼고 표현할 때다!





영원불멸의 강렬한 컬러, 블랙


다소 음울하고 어두운, 고급스럽고 무드 있는 컬러를 꼽자면 당연히 블랙이다. 블랙은 음악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도 반항적인 사운드와 가사를 표현하기에 제격이기도 한데(물론, 몇 번씩 입고 더러워져도 티가 안 나는 것 또한 장점 중 하나), 그래서일까 헤비메탈하면 바로 떠오르는 오지 오스본은 올 블랙 룩을 고집하고 있다. 괴기스럽고 침울한 하드 록으로 손 꼽히는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어두운 안식일’이란 뜻으로 이름 조차 파격적이었다)의 멤버를 거쳐 솔로로 활동한 이후 그 특유의 구슬픈 음색과 좀 더 듣기 편안한 음악들을 추구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 컬러 아이템으로 채운 스타일은 무대 위에서도 당연 돋보였다. 또한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룩이지만 골드 네크리스와 반지 등을 더하여 패셔너블한 로커로 거듭났고, 동그란 프레임의 선글라스 애용하여 이는 그의 시그너처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Mama, I’m Coming Home’, ‘Dreamer’, ‘Not Going Away’와 같은 뮤직비디오, 그리고 라이브 무대까지 그는 한결같은 차림새다. 


블랙 룩을 고수하는 이는 그뿐만이 아니다. 데프톤즈, 후바스탱크, 더 네이버후드 등 여러 록 밴드들은 자신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블랙 의상들을 입고 나왔으니 말이다. 이는 남녀 모두에게 공통되는데 단, 여자라면 레드, 옐로, 그린과 같은 화려한 컬러를 더하는 것도 방법이다. 페미닌한 원피스나 스커트 등으로 믹스 매치를 즐기기보다는 프린트 티셔츠, 팬츠와 같은 유니섹스 아이템을 입고 컬러 또는 액세서리로 룩에 힘을 실어준다면 가장 쿨한 록 스타일링이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더욱 강렬한 인상을 풍기고 싶다면 컬러 가발을 추천하는데, 24아워즈의 ‘째깍째깍’ 속 김혜미, 러브엑스테레오의 ‘Storm’ 속 애니의 모습을 참고해보자.





최대한 편하고 간결하게!


여러 매체에서 꼽은 가장 섹시한 남자, 마룬 파이브의 보컬 애덤 리바인. 대중에게 받고 있는 음악적인 인기만큼이나 수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으며 숱한 스캔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이런 그의 모습은 항상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것도 아무 프린트 하나 없는. 데뷔 초기 타이틀곡인 ‘Harder To Breath’와 함께 많은 인기를 끌었던 ‘This Love’에서부터 그의 티셔츠 사랑은 시작된 것 같다. ‘Never Gonna Leave This Bed’,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헐리우드 파파라치 컷에서도 늘 티셔츠 차림이 자주 포착되었고, 티셔츠가 땀에 젖어 더욱 섹시하게 보이는 그의 모습은 마룬 파이브 공연장에서 늘 볼 수 있는 명장면 중 하나. 그는 티셔츠 하나만으로도 섹시함을 무심하게 어필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더불어 탱크톱이나 아예 상의를 탈의한 모습도 자주 보였는데 특히 ‘Moves Like Jagger’에서 살짝 핏감이 있는 팬츠만 입고 나와 리듬을 타는데 가히 많은 여성들을 가슴을 설레게 할만하다. 사실 그의 간소한 옷차림에 거친 수염, 온몸을 뒤덮은 타투, 그리고 적당히 가꾼 근육들도 한몫했지만, 평소에 잘 관리했다면 여과 없이 드러낼수록 더 멋있는 법. 더군다나 이미 2014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자체만으로도 분위기가 너무 뜨거운데 갖춰 입을 필요가 있는가? 몸매에 자신 있는 자들이여, 티셔츠와 탱크톱만으로도 섹시함을 어필해보는 보자. 물론, 애덤 리바인처럼 상의를 다 벗는 것도 대환영이니!





포멀 룩 차림으로 춤을 춘다면?


뮤직 페스티벌이라 하면 따라붙는 스타일링 공식이 있다. 컬러로 포인트를 주거나 패턴이나 액세서리로 화려함을 강조하는 등 보통 때 하지 않던 과감한 시도도 허용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링조차도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되려 중요한 자리에 참석하듯 잘 차려 입고 가는 건 어떨까. 잘 재단된 포멀 룩과 셔츠를 입고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목을 집중시킬 터. 마치 중대한 비즈니스를 마치고 돌아와 실컷 페스티벌을 즐기는 열정 가득한 사람처럼 보일 텐데, 전혀 상상이 안 된다고? 스눕독과 함께 한 ‘Hangover’, 뉴 파운드 글로리의 ‘Summer Fling, Don’t Mean A Thing’ 속에서 그들은 하나같이 포멀 룩 차림으로 춤까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조그만 움직임에도 위트 있게 느껴지니 페스티벌 코스튬으로 이만한 것도 없다. 여자가 입는다면 더더욱 인기 만점이다! 느와르 TV 시리즈를 통해 캣 프랭키는 ‘Too Young’과 ‘The Tops’ 곡을 부르면서 1980년대 풍 포멀 룩을 입고 등장했는데 와이드 칼라 디테일의 헐렁한 실루엣, 그리고 포마드로 머리를 다 넘긴 모습에선 되려 섹시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얼굴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옷장에 포멀 룩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남자친구나 아빠의 옷장에서 오래된 느낌의 포멀 룩을 꺼내 입는 걸로 충분한데 여기에 그녀처럼 편한 운동화 또는 넓적한 슬리퍼를 신어준다면 가장 트렌디하고 이색적인 페스티벌 스타일링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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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방’‘신선놀음’은 마당에서 종친부를 잇는 구름다리를 통해 주변 풍경을 다양한 높이,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구름을 형상화한 에어벌룬으로 에워싼다. 그리고 모호한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스트 장치를 설치하고, 더불어 구름을 뚫고 뛰어오를 수 있는 두 개의 트램폴린을 놓았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지어지는 간결한 구조물이지만, 여기에는 세 가지 다른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 구름다리를 구축하기 위한 목구조, 에어벌룬에 바람을 넣기 위한 공기 공조 시스템, 그리고 미스트 폴의 설치다. 작은 규모에 비해 다양한 장치들을 조율해야 하는 현장은 그래서 더 긴장감이 넘친다. 



마당에 밑그림을 그리다


‘문지방’의 ‘신선놀음’이 다른 최종작과 가장 차별화된 것은 마당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박석을 걷어낸 것은 기존 마당이 그려내는 그리드를 가볍게 벗어나는 제스처다. 그리드를 지우고 새로운 땅을 그린 이유는 다양한 시스템을 소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에어벌룬은 본래 사전에 제작한 벌룬에 공기를 넣은 후, 현장에 얹혀 설치하는 가장 간결한 구조물이지만, ‘문지방’은 하나의 형태로 연결된 에어벌룬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서있는 에어벌룬을 디자인했다. 즉 개별 에어벌룬에 독립적으로 공조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따라서 각각의 에어벌룬에 공기를 주입할 수 있도록 땅 밑으로 파이프를 깔아 공기길을 만들어야 했다. 공기를 공급할 파이프 길을 중심으로 구름다리의 기둥이 들어설 위치까지, 박석을 제거하는 일은 현장의 첫 번째 과정이 되었다. 제거한 박석의 수는 총 950여 개. 구름다리가 세워질 동선을 따라, 그리고 육각형 모듈로 배치된 파이프라인을 따라 박석이 하나 둘 걷어지면서, 마당에는 ‘신선놀음’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구름다리, 땅과 구름을 잇다


‘문지방’은 ‘신선놀음’에서 구름의 위와 아래, 즉 천계와 속계를 구분하는 상상을 펼쳐낸다. 땅에서는 그늘 아래 휴식을 취하고 뛰어 노는 곳이라면, 구름 위는 천천히 느리게 거니는 신선의 공간이라는 발상이다. 구름다리는 이 구름을 거닐 수 있는 길이자 주변의 풍경을 경험하는 장치다. 그래서 ‘문지방’이 이 구름다리 디자인에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바로 ‘시간과 경험’이다. “전망이 확 바뀌는데, 어떤 전망을 보여주는가가 중요했다. 구름 아래 잔디를 보여주기도 하고, 옆으로 미스트가 만들어내는 구름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에어벌룬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런 장면을 설정해놓고 그 여정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박천강)” 이 장면을 위해 구름다리의 중간에는 살짝 튀어나온 전망대와 편히 앉아 막걸리라도 한 잔 해야 할 것 같은 평상 공간이 놓였다. 이렇게 갈지 자 모양으로 조금씩 방향을 비튼 구름다리는 마지막으로 종친부 마당에 올라 인왕산을 돌아보게 한다.





5cm 깊이로 지지된 가벼운 건축


‘신선놀음’ 프로젝트에서 가장 견고한 구름다리는 가벼운 건축을 보여주기 위해 철이나 습식 구조 대신 목구조로 세웠다. 기둥을 세우고 그 위로 보행로를 연결하는 간단한 구조다. 그러나 일시적이면서 동시에 안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중적인 성격 때문에 목구조의 안전은 세심하게 고려되었다. 특히 여름의 태풍은 구조적인 안정성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변수였다. 안전을 생각하면 기둥은 바닥 깊이 30cm까지 파고들어야 하지만, 기존 마당의 무근콘크리트까지 허락된 깊이는 약 5cm 정도다. 따라서 기둥은 땅을 움켜쥘 수 있는 5cm 깊이의 앵커볼트로 고정되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물론이다. 각각의 기둥이 서로를 연결하고 종친부 마당 난간에도 고정되어서 구조물은 충분히 횡력(건물에 수평으로 작용하는 힘)을 버텨낸다. 여기에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생기는 미묘한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평상처럼 높은 구조물 아래에는 가위 모양의 보강재(브레이싱)을 덧대어 안정성을 더했다.





그물, 난간을 채우다


구조 안전뿐만 아니라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바로 난간의 안전이다. 일반적으로 난간 간살의 간격은 10cm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문지방’은 안전 규정에 따르면서도 견고한 건축물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보다 유연한 재료를 탐색하기로 했다. 가볍고 유연하며 건축적이지 않는 재료로 선택한 것은 바로 그물이다. “미스트가 퍼지는 데 방해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힘을 견딜 수 있는 재질을 찾는 게 중요했다. (권경민)” 골프망, 빨래줄, 그물 등 청계천 상가를 돌며 다양한 그물들을 찾아내었고, 테스트를 거친 후 ‘문지방’이 강도를 확보하고 가장 안정성 있는 재료로 선택한 것은 바로 하얀 축구대 그물이다. 탄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8cm 간격은 시야를 가리지도 않았다.


그물은 와이어로 그물을 꿰어 목구조 난간 둘레로 와이어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설치되었다. 탄성이 있는 재료라 목구조를 시공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까다로운 과정이었지만, 그물이 팽팽하게 고정하면서 구름다리에는 반투명하면서도 부드러운 난간 살이 만들어졌다.





구름을 디자인하다


‘신선놀음’의 핵심은 구름을 만드는 에어벌룬이다. 특히 바람에 따라 살랑살랑 미묘하게 움직이는 구름의 움직임은 ‘문지방’이 초기 프레젠테이션에서부터 보여주고자 했던 그림이다. 이를 위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에어벌룬 시스템을 설계했고 구름숲을 이루는 개별 에어벌룬 타입을 디자인했다. 처음에는 나무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형태를 연상하며 스케치를 그려나갔다. “가장 이미지에 가까웠던 것은 목화꽃이었다. 단단한 가지 위에 나무결을 따라 구름이 피어난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박천강)” 가늘게 올라가는 기둥에서 둥글게 피어나는 모양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름의 유형이다. 구름은 하나의 모양을 가진 것이 아니라, 높이, 그리고 머리 모양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구름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길 바랐다. 멀리서 보면 모여있는 구름의 모습이 약간 높아지다가 낮아지면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데, 아래 곡선도 똑같은 곡선이면 드라마틱한 느낌이 없어진다. 그래서 구름 전체의 형상이 두꺼워졌다가 자연스럽게 얇아지는 것처럼 입체감 있게 형성되도록 했다.(박천강)” 각각 세 가지 높이 유형, 그리고 머리 부분이 두꺼운 것, 중간 크기, 그리고 동그란 형태에 가까운 형태까지 세 유형을 만들었다. 높이와 형태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면서 구름은 더 다양한 형태를 갖게 되었다. 물론 이를 통해 주변 풍경에 따라 무엇을 보여주고 가릴 것인가에 대한 조절도 쉬워졌다. 이 모든 설계 과정은 라이노라는 3D 프로그램을 통해 검토되었고, 구름의 밀도와 위치, 높이를 주변 풍경에 따라 세밀하게 조율했다.


하나의 구름은 수직으로 절개된 18개의 조각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진다. 가는 몸통의 진한 선들이 머리 부분에서 펼쳐지면서 자연스럽게 나무의 결을 만들기도 한다. 일정한 공기압을 통해 형태를 유지하는 에어벌룬의 특성상, 잘린 단면이 원형이어야 힘을 균일하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공기압이 높은 머리 위쪽은 축구공처럼 둥글게 재단해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지했다.

 

 


 

Writer. 임진영
건축전문기자로, 공간 편집팀장을 거쳐
현재 해외건축저널 MARK에서 한국건축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으며,
<오픈하우스서울>, <오픈하우스서촌>과 같은 다양한 문화축제기획과 전시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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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내한공연이 예정되었던 데프톤즈(Deftones)의 공연 취소는 많은 아쉬움을 낳았다. 오랜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것이기도 했고, 또 2012년 말에 발표해 호평을 받았던 [Koi No Yokan]의 노래들을 라이브로 볼 수 있는 무대가 무산된 탓이었다. 통산 일곱 번째 앨범인 [Koi No Yokan]는 라이브에서 직접 경험하고 싶은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데프톤즈는 늘 그래왔으니까.



시작은 평범했으나...


유행은 언제나 빠르게 왔다 사라진다. 음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발흥했던 뉴 메탈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강렬한 기타 리프를 앞세운 콘(Korn)의 <Blind>는 뉴 메탈 시대의 서막을 여는 곡이었다. 그 뒤로 수많은 뉴 메탈 밴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선두에 콘이 있었고, 데프톤즈,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등 많은 밴드들에게 뉴 메탈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콘은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데프톤즈는 동시대를 지나온 콘과 늘 비교되곤 했다. 장르의 상징성이란 측면에서 콘과 비교 당하곤 했고, 심지어는 콘의 아류라는 오해까지 받기도 했다. 물론 데프톤즈가 처음부터 굉장히 특별했던 건 아니다. 온갖 장르가 더해진 뉴 메탈의 특성처럼 데프톤즈의 멤버들 역시도 초창기엔 힙합 음악가들처럼 통 큰 바지를 입고 랩을 하기도 했다. 첫 앨범에서 인기를 얻었던 곡들도 <7 Words>나 <Engine No.9>처럼 '전형적'인 뉴 메탈 스타일의 노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모색했다. 두 번째 앨범인 [Around The Fur]도 뉴 메탈의 영향력 안에 있는 앨범이었지만, 그 안에서 이들은 조금씩 변화를 꾀했다. 이제 데프톤스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과격한 속의 감성이 앨범 곳곳에 자리했다. 이어서 발표한 [White Pony]는 결정적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닌 진화였다. 데프톤즈는 자신들이 가진 독특한 감수성을 더욱 확장하고 발전시켰다.



독창적인 데프톤즈만의 음악


이것이 데프톤즈와 다른 뉴 메탈 밴드들과의 차이점이었다. 인기로만 볼 때 데프톤즈보다 앞선 밴드들도 많았지만 그들은 지금 이런저런 부침을 겪으며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지 못하고 있다. 음악적인 평가만으로 따지자면 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데프톤즈는 7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면서 [White Pony] 이후로 실망스런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수많은 밴드들이 유행의 파도에 휩쓸려 명멸해갈 때 데프톤즈는 계속해서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탐미 사운드를 완성해갔다.


이런 배경에는 밴드의 시작부터 함께한 기타리스트 스티븐 카펜터(Stephen Carpenter)와 보컬리스트 치노 모레노(Chino Moreno)가 있기에 가능했다. 초기 공격적인 연주로 사운드를 주도했던 스티븐 카펜터는 이제 데프톤즈 특유의 음울한 사운드까지도 훌륭하게 표현해내며 팀의 중심에 서있다. 치노 모레노의 보컬은 더욱 인상적이다. 초기에 랩까지 하던 그는 이제 치노의 보컬이 없는 데프톤즈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감성적이고 우울한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냈다.



음악만큼이나 훌륭한 라이브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밴드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가지고,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현재진행형의 밴드. 데프톤즈는 2009년에 이미 한국을 방문해 공연한 적이 있지만, 시티브레이크 무대에선 그 사이에 발표한 또 다른 명작들인 [Diamond Eyes]와 [Koi No Yokan]의 곡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그들은 공연에서 '7 Words'와 'Engine No.9' 같은 '달리는' 곡들을 부른다. 그리고 한편으론 감성적이고 멜로딕한 노래들을 부르며 무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들의 무대를 경험했던 입장에서 자신 있게 얘기를 하자면, 이들의 무대는 음악만큼이나 훌륭하다. 헤비함 속에 가려져있는 감수성이 그날의 무대에서 분명 빛날 것이다.





Writer.
김학선
인터넷 음악방송국 '쌈넷' 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진 '가슴' 편집인, 한겨레신문 대중음악 담당 객원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웹진 '보다' 편집장, 웹진 '백비트' 편집위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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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 비영속적이고 유연한 건축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일시적이고 유연한 구조물이다. 설치미술과 건축의 경계에 놓인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고, 이동 가능한 구조물을 만들기도 하며, 장소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낸다. 무엇보다 견고하고 기능에 충실해야 하는 건축의 속성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건축적인 아이디어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건축물을 지을 기회가 적은 젊은 건축가에게 파빌리온은 자신의 건축적 상상력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인 프로젝트다.


젊은 건축가의 등단을 알리는 뉴욕 MoMA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나 런던에 한번도 건물을 짓지 않은 건축가를 초청해 소개하는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건축계의 대표적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다. MoMA의 PS1프로젝트가 해마다 여름이 되면 텅빈 콘크리트 마당에 각기 다른 구조물을 통해 건축 요소와 친환경, 그린 아키텍처 등 젊은 건축가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인 자리였다면, 서펜타인 갤러리는 그 도시에 익숙하지 않은 세계적인 건축가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등장했는데, 광주 폴리나 안양예술공원 등 주로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된 파빌리온 프로젝트다. 설치미술처럼 주로 영구 설치를 목적으로 지어진 경우가 많았고 결과적으로 완결된 조형물, 오브제의 성격을 띠는 경향이 드러난다. 반면 서울시청 광장 상부를 덮는 프로젝트처럼, 가장 얇은 소재와 최소의 재료만으로 장소의 성격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역사의 흔적이 겹겹이 둘러싸인 곳,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


MoMA와 함께 하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카드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장소에 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앞마당이다. 경복궁을 바라보고 있는 이 자리는 조선시대 종친부, 근대의 흔적인 기무사(전 경성의학전문학교), 그리고 새롭게 들어선 현대미술관이 하나의 장소에 공존한다. 서로 다른 시대의 건축물과 인왕산이 바라보이는 땅은 그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만든다. 또한 근대건축물의 벽돌과 기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테라코타, 돌과 박석, 그리고 멀리 마주한 경복궁의 돌담 등 여러 재료가 한데 어우러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설계한 건축가 민현준 씨는 ‘쓸쓸하고 비장하고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마당의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역사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이곳에 가장 중성적인 마당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먼저 도시의 일상과 공존하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미술관을 여러 개의 시설로 나누어 분산했고, 사람들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이끌기 위해 도로와 만나는 경계에 마당을 만들었다. 즉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새 넓어진 길을 따라 미술관이 펼쳐지는 것이다. 마당은 사람들과 미술관을 만나게 해주는 첫 번째 장소이자, 미술관의 여백이 되며 정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젊은 건축가, 마당에 한국적 판타지를 심다





일시적으로 한 장소를 점유하는 파빌리온의 특성상, 장소에 대한 해석은 아이디어의 가장 큰 토대가 된다. 여기에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서 제시한 키워드는 ‘그늘, 쉼, 물’이라는 키워드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그늘과 쉼, 그리고 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 당선한 ‘문지방’‘신선놀음’은 바로 이 마당과 주변에 대한 해석에서 출발한다. “처음 이곳에 방문했을 때, 인왕산과 경복궁이 바라다보이는 장면과 뒤로 종친부와 기무사, 미술관이 보이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신선놀음’을 할 수 있는 장소 같다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우리만의 정서를 신선놀음이라는 한국적 판타지로 그려내고 싶었다. 이곳에 얇게 깔린 구름을 그린 것이 초기의 콘셉트였다.(박천강)” 옛 기무사 건물, 경복궁과 인왕산,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서로 충돌하는 풍경을 구름이라는 형상을 통해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는 것, 그리고 그 구름을 통해 ‘신선놀음’이라는 한국적인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다. 한국 건축에 대해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나서 전통에 대한 고루한 해석과 한국적 정서를 살짝 비틀며 재미난 은유를 보여주는 이 아이디어는 한국적 정서를 보다 유쾌하게 다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심사위원인 박길룡 교수 역시 이 문지방 팀의 안에 대해 ‘주변에 단단한 건물들이 있는 마당인데 소프트한 설치물이 만나는 것이 인상적이며, 멀리서 구름이 건물의 경계를 가리면서 마치 구름 위의 옥황상제가 있는 곳처럼 하나의 무대를 연출시켜주는, 하나의 풍경 - ’시노그라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하나의 이미지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유유자적 구름 위를 걷다 보니 몇 백 년이 흘러버린 신선놀음’이라는 아이디어는 일주일 만에 나왔지만, 이제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예산안에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가 시작되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다. 미스트를 활용하는 방법에서 목화씨, 나무 모양, 버섯, 아이스크림처럼 두루뭉술한 형상까지 구름 형태에 대한 다양한 스터디가 진행되었다. 또 이를 실현할 재료로 FRP와 같은 반투명 재료 등 여러 재료도 함께 고려되었다. 그러나 재료가 중요했다기 보다, 비용에서 저렴하고 형태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재료가 검토되었고, 그래서 결정된 것이 바로 에어벌룬(공기풍선)이었다.


이 에어벌룬이 문지방 팀에게 친숙했던 이유는 바로 이들이 실무를 쌓았던 매스스터디스(조민석)에서의 작업, <에어포레스트>의 경험도 크다. 미국 덴버에서 진행된 민주당전당대회 기간 동안 외부 행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설치되었던 파빌리온 프로젝트 <에어포레스트>는 건축가 조민석 씨가 디자인했다. 말 그대로 에어벌룬을 나무 형상으로 연결해 사람들에게 쉴 곳을 제공해준 프로젝트다. 현장 실무를 담당했던 권경민 씨는 가볍고 경제적이며 임시구조물로써 효과적인 에어벌룬에 대한 성질에 친숙했고, 에어포레스트와 같은 재질이지만 다른 작동 방식을 통해 <신선놀음>의 구름을 실현하기로 한다.



구름다리, 구름, 미스트와 공중부양





이제 신선놀음이라는 아이디어는 구름다리와 구름으로 구체화되었다. 구름 위를 거니는 구름다리와 미묘하게 흐르는 구름의 형상이다. 구름을 중심으로 하늘과 땅이 각기 다른 세계로 펼쳐지고 구름의 형상에 모호함을 더하기 위해 안개(미스트)를 뿌려 강조하게 된다. 그리고  ‘공중부양’이라는 이름의 트램폴린을 두어 사람들이 구름 위로 뛰어 오를 수 있는 장치를 두었다. ‘신선놀음’이라는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풀어낸 스토리텔링은 마당을 천계와 속계로 나누고 땅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위한 그늘을, 하늘에서는 구름 사이를 거닐며 유유자적 풍경을 감상하게 하며 트램폴린을 통해 두 세계를 오가는 해학을 하나의 스토리로 풀어낸다. 


그러나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목표는 형태가 아니라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경험에 두고 있다. “신선놀음이라는 콘셉트에 집중했지만 개념에서 끝나지 않고 방문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게 목표였다. 이곳을 방문했을 때 세 명 모두 공감했던 것이, 바로 눈높이와 보는 방향에 따라 주변이 다양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형태적인 것이 아니라 이곳을 다양한 방향에서 보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아이디어였다.(최장원)” 즉 사람들이 구름 사이를 거니면서 이 장소가 가진 다양한 풍경, 옛 기무사와 종친부, 현대미술관과 경복궁 그리고 저 멀리 인왕산의 절경을 각기 다른 높이에서 다른 각도로 역동적인 방식으로 경험하길 바란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구름과 안개, 신선놀음이라는 이미지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형태의 조합과 동선의 전개, 다양한 장치를 통해 다시 낯설게 하는 것. 문지방 팀은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구름다리, 마당을 잇다





초기 당선안의 구름다리는 마당을 가로질러 오르내리는, 즉 말 그대로 무지개다리에 가까웠다. 기존 마당에 한시적으로 설치될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성격상, 기존의 마당을 어디까지 손을 대고 바꿀 것인가는 중요한 고민이었다. 일정한 간격의 박석이 가지런히 깔린 미술관의 마당은 나름의 질서와 정적인 공간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술관 입구에서 뒤편의 종친부는 바로 연결되지 않고 진입로가 옆으로 우회한다. 종친부 앞 마당과 미술관 앞 마당이 5M 높이 차이로 분리되어 마당은 다소 고립되어 있다. 이 구름다리를 발전시킨 것은 심사위원들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심사에 참여했던 박길룡 교수는 이 구름다리를 뒤편 종친부 앞 마당과 적극적으로 연결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설계자인 건축가 민현준 씨의 지지로 구름다리는 마당 안에서 노니는 산책로가 아니라, 마당을 넘어 미술관 영역으로 확장하는 다리를 놓게 된다. 이로써 구름다리는 마당을 거닐다 주변을 돌아보고 뒤편 마당으로 올라서서 돌아섰을 때, 구름에 인왕산과 경복궁, 기무사와 현대미술관이 하나로 어우러진 풍경을 클라이맥스로 얻게 되었다. 

 

 


 

Writer. 임진영
건축전문기자로, 공간 편집팀장을 거쳐
현재 해외건축저널 MARK에서 한국건축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으며,
<오픈하우스서울>, <오픈하우스서촌>과 같은 다양한 문화축제기획과 전시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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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를 아우르는 다양한 아티스트들로 알차게 채워진 이번 현대카드 CITYBREAK 2014에는 처음 내한하는 해외 밴드들이 더러 눈에 띈다. 이들 중에는 결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이 있는가 하면 24년 만에 최초로 내한하는 팀도 있다. 젊은 재능이 막 꽃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그 실체를 국내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 거장을 만나는 것은 양쪽 모두 각각 다른 의미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갓 데뷔한 아티스트의 첫 내한 퍼포먼스의 경우 어떤 가능성의 발현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일에 다름 아니며, 결성한 지 10여 년 이상 지난 이들의 첫 내한의 경우 그간 기다려온 팬들의 오랜 갈증을 풀어주는 경험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 때문에 이는 두 세 번에 걸쳐 한국을 방문해온 아티스트의 라이브에 비해 더 가치 있는 경험이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2000년 무렵, 원년멤버 해체 직전 처음으로 한국을 내한했던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는 공연 도중 관객들에게 이렇게 훌륭한 관객이 있는 나라를 해체 직전에야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 너무나 바보 같은 일이라며 코멘트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아티스트의 첫 내한이란 관객에게도, 그리고 밴드에게도 모두 중요한 경험이 되는 셈이다.



두 다리를 땅에 디딘 채 전개되는 우주로의 따뜻한 환각여행: Spiritualized


여기 하나 예시가 있다. 1997년도 NME 지에서는 영국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족적을 남긴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를 제치고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의 걸작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에게 그 해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거두절미하고 국내의 록 팬들은 이들의 내한공연을 24년 동안 기다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단정지어 얘기하자면 이는 아마도 올해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퍼포먼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신경질적인 천재 제이슨 피어스(Jason Pierce)를 중심으로 결성된 스피리추얼라이즈드는 가스펠, 그리고 블루스에 폭풍 같은 기타 노이즈의 벽을 쌓아 올려나가면서 관객들에게 영험한 환각세계를 경험케 끔 유도해냈다. 세 번째 정규 작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의 거대한 성공 이후 <Let It Come Down>에서는 무려 100인조 오케스트레이션을 덧입혀내면서 어떤 야심을 표출해내기도 한다. 병으로 인해 죽음의 고비를 넘긴 후 발표한 <Songs in A&E>에서는 그의 영적 간증이 더욱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 노래들은 우울하고 과도하게 감상적이면서 동시에 공격적인 광기마저 담아내곤 했다. 그리고 이 믿을 수 없이 복잡한 소리의 집합은 놀랍게도 하나의 공간 안에 계류되어 있었다. 


앨범 커버 아트웍에 마치 약품 설명서처럼 적어놓기도 했듯 스피리추얼라이즈드가 뿜어내는 약 기운으로 가득한 아름다움은 어떤 치유의 감정마저 느낄 수 있을 만큼 감동적이다. 능숙한 공간사용을 바탕으로 신비하고 웅장한, 그리고 풍부하고 우아한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공연이 펼쳐지는 바로 그 장소에서 관객들은 이 위대한 모험에 암묵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만일 이들의 노래를 전혀 모른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친숙한 가스펠 곡 <Oh Happy Day>가 이따금씩 공연 레파토리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무리 없이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전 국내의 한 잡지에서는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음악을 두고 '지구로 귀환한 우주비행사가 가족과 함께 밤하늘의 달을 바라볼 때의 기분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압도적이면서도 훈훈한, 하지만 드물게만 경험할 수 있는 절경이다.





악기의 영역을 넘어 인간 목소리의 한계에 도전하는 아카펠라 그룹: Pentatonix


5인조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Pentatonix)는 멤버가 다섯 명이라는 이유로 5음계(=펜타토닉 스케일)를 팀 이름으로 설정한다. 이들은 NBC에서 방영된 인기 아카펠라 오디션 프로그램 ‘싱 오프(The Sing-Off)’ 시즌 3에서 우승하면서 그 이름을 알려나갔다. 텍사스 동네 친구들로 결성되어 현재는 캘리포니아를 거점으로 활약해내고 있는 펜타토닉스는 초 절정의 기교, 그리고 어레인지를 통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아카펠라에 비트박스를 도입해내면서 장르를 초월한 소리 만들기에 집중해나갔다.


특히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메들리가 이들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유독 그루브 감이 두드러졌는데 일렉트로닉 뮤직을 사람의 목소리만을 이용해 완수해내는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는 아카펠라의 기발함이라는 차원을 넘어 오직 아카펠라로 밖에는 구현해낼 수 없는 소리라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이렇게 리스너들을 압도해낸 펜타토닉스는 아카펠라의 개념을 서서히 바꿔나갔고 총 동영상 조회수 1억 5천만 회 이상을, 그리고 페이스북 팔로워 약 140만 명이라는 숫자를 갱신해내면서 자신들의 현 위치를 증명해낸다.


오직 목소리에만 의존하는 순수한 음악적 결실을 우리는 이들의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단은 기교에 감탄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르는 음악적 깊이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원곡의 개성 그 이상을 포괄해내는 유명한 히트넘버들의 메들리는 물론 이들이 직접 작곡한 뛰어난 오리지날 곡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는데 다양한 비트와 음색을 통해 별도의 악기가 없음에도 전례 없이 현란한 스테이지가 완성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겠다. 악기로서의 인간의 한계점,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혼합된 페스티벌 속에서 과연 얼마나 자신들의 존재감을 발휘해낼 지가 궁금해진다.





현존하는 가장 쿨한 매혹적인 흑백의 위협: The Neighbourhood


아무런 정보 없이 인터넷 상에 단 한 곡만이 공개됐던 밴드 네이버후드(The Neighbourhood: 이하 NBHD)는 서서히 비밀스러운 정체를 드러내면서 씬을 장악해갔다. 록과 R&B, 그리고 힙합을 환각적인 형태로 결합해낸 이들의 음악에는 모노크롬 사진에 어울리는 권태감이 있었다. 따사로운 햇빛이 비추는 캘리포니아 출신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NBHD의 탐미적인 어둠의 소리들은 수많은 이들을 중독시켜갔고 현재 가장 뜨거운 신예로서 지목되고 있는 중이다.


2013년도에 발매된 데뷔작 <I Love You>는 일단 제목에서부터 그 시니컬함이 뚝뚝 묻어났다. 큰 홍보 없이 공개된 첫 싱글 <Sweater Weather>의 뮤직비디오 경우 4주 만에 10만명 이상이 시청하게 되며 빌보드 얼터너티브 차트 1위에 랭크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썸머 앤썸’으로 등극하게 된다. 보컬 제시 루더포드(Jesse Rutherford)가 전라로 출연한 뮤직비디오 <Afraid> 역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들의 비디오는 앨범 커버와 밴드의 프로모션 사진처럼 언제나 흑백이었다. 그러니까 NBHD의 노래가 흐를 때면 그 어느 곳에서도 어두운 분위기에 취할 수 있었다.


대부분 습기 찬 리버브를 머금은 느린 템포의 노래들을 불러냄에도 이들의 공연에는 폭발직전의 불길함 같은 것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특유의 쿨함이 유지되곤 했는데 이는 데이빗 린치(David Lynch)의 영화 같은 데서나 나올법한 미스테리한 풍경이었다. 유독 한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불러온 이들의 로맨틱한 악몽, 혹은 달콤한 현기증 같은 퍼포먼스는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은연중에 무의식 속으로 침투해 들어갈 것이다.





익숙한 멜로디, 질주하는 기타로 풀어내는 영원히 푸르른 청춘의 펑크: New Found Glory


1997년 무렵 그린 데이(Green Day)에 열광한 고등학교 동급생들로 결성된 뉴 파운드 글로리(New Found Glory: 이하 NFG)는 속도감, 그리고 활기로 가득 채워진 팝 펑크 사운드를 분출해내면서 록 팬들의 꾸준한 환호를 얻어냈다. 마치 바닷바람이 부는 해변을 연상케 하는 젊은 소리들을 연주해나가는 와중 이들은 어느덧 펑크 씬의 거물로서 성장해갔다.


성공이 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기타리스트 채드 길버트(Chad Gilbert)는 밴드에 집중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드러머 싸이러스 보루키(Cyrus Bolooki)는 장학생의 자격 및 아버지처럼 의사가 되는 길을 포기했다. NFG의 모든 구성원은 그렇게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각자의 희생을 치렀고 결국 현 시대의 씬을 대표하는 펑크 록 밴드로 우뚝 서면서 찬란한 행보를 이어나가게 된다.


1999년 [Nothing Gold Can Stay]로 데뷔한 이래, 미국의 청춘 군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해낸 2002년 작 [Sticks and Stones], 그리고 펑크에 국한되지 않은 성숙한 모습을 보였던 2006년도 앨범 [Coming Home] 등을 발표하면서 스테레오타입의 NFG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활동을 펼쳐갔다. 2011년 작 [Radiosurgery]에서는 다시금 초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팝 펑크로 돌아오기도 한다.


펑크라는 음악이 추구하는 사운드를 가장 훌륭하게 표현해내온 이들은 멋진 기타 리프, 그리고 향수가 감도는 두근거리는 멜로디를 통해 10대 시절의 분위기를 꾸준히 체험케 했다. 이는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음악이 아닌 맑고 생명력이 긴 노래들로써 완성됐고 또한 같은 펑크 록 클래식은 줄곧 공연장에서 압도적 열량의 떼창으로 이어졌다. 작년 10월에는 밴드 최초의 라이브 앨범 [Kill It Live]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NFG의 공연을 관람하기 이전 이 라이브 실황을 미리 감상하면서 분위기를 익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그들의 공연 마지막을 장식하는 <My Friends Over You>이 장내에 흐를 무렵, 어떤 아련한 종류의 활력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Writer. 
한상철
불싸조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취미는 피구와 우표수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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